▲ 中 당국 오늘 지급준비율 0.5%p 인하, 이유는?
지난해 8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최근 헝다 그룹의 파산, 여기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중국 경제에 여러 악재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헝다 그룹의 부채 규모는 3천억 달러로 우리 돈 400조 원에 달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헝다 그룹으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연쇄 위기가 민간 수요를 위축시키고 이것이 중국 경제 전반을 흔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최소 5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이 2028년까지 3.5%로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바로 전에 제시했던 전망치 4.6%에서 1.1%포인트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렇게 중국 경제가 큰 위기에 처하자, 중화권 증시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데요. 연초 이후 상해종합지수가 8%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9% 급락했습니다.
이는 연초 이후 3~4% 가량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기록 중인 미국 증시 3대 지수와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서 중국 정부는 올들어 경기와 증시를 함께 부양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첫번째가 바로 오늘 시행되는 지급준비율 인하인 겁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1조 위안, 우리 돈 187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입니다. 지급준비율 인하 외에도 증시안정기금 투입과 부동산 부양책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중국 증시부양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중국 증시 주요 지수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증시부양책 관련 소식을 처음 꺼낸 것은 지난달 22일인데요. 이날 리창 중국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주식시장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다음날 우리 돈 372조 원 규모의 증안기금 조성과 투입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요. 이틀 뒤인 25일에는 오늘 시행되는 지급준비율 인하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이 소식에 주간 기준으로 1월 마지막 주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75%, 홍콩 항셍지수는 3.52%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들어서는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실행될 것인지'라는 회의감으로 바뀌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지난주 상해종합지수는 무려 6.2% 급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76% 내렸습니다. 특히 외국인 자금 유출 현상이 극심했는데요. 지난달 중국 증시에서 약 2조7천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 됐는데, 이러한 현상은 6개월째 지속됐습니다.
또한 중국 증시가 저점이라고 판단해 연초 이후 매수에 나섰던 국내 중학개미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중국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중화권 증시 보관액은 324억5,000만 원으로 확인됐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46%나 급감한 수치입니다.
▲ 증권가 "中 증시 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오늘 지급준비율이 인하되고 1조 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되지만, 이 자금이 시장에 한 번에 풀리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JP모건은 중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지급준비율 인하를 시작으로 추가 부양책이 잇따라 시행돼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초반에는 경기 부양 기대감에 증시가 반등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 위기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금까지 나온 부양책으로 증시 부양을 꾀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이달 정책금리 인하 같은 정책 연속성이 더해져야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테마주로 급부상한 '저PBR주'…"묻지마 매수 금지"
정부가 이달 말 시행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주당순자산비율을 뜻하는 PBR이, 낮은 종목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PBR은 기업이 가진 순자산의 가치를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PBR이 1보다 낮으면 그만큼 현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것을 뜻합니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출렁인 뒤 성장주가 주도 섹터로 자리잡으면서 기존 가치주들이 저PBR 구간으로 빠졌는데,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이 PBR 1을 달성하는 갭메우기 과정에서의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겁니다.
금융과 보험, 증권 업종이 연일 급등했고, 일부 자동차 기업들도 강세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저PBR주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단기간 투자과열 종목이 여럿 등장하면서 증권가에서는 '묻지마 매수',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기대감이 선 반영되면서 저PBR주 뿐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 'ROE'가 낮은 종목까지 함께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저PBR주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일종의 "테마주 형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만약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발표하면 그동안 기대감으로 끌어올려졌던 저PBR 관련주 주가가 오히려 재료 소진이라는 명목으로 조정 또는 급락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저PBR주 옥석가리기 방법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을 시행한 뒤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하나증권은 "단순히 PBR이 낮은 종목이 아니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분석했는데요. 가장 최우선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은 주주환원 정책을 빠르게 발표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서 매수하라는 겁니다.
유안타증권 역시 낮은 PBR만을 보고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적합한 종목을 찾기 위해서는 현금 유동성과 이익잉여금이 양호해서 높은 배당률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실천할 수 있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번주 주요 증시일정
캘린더를 통해 이번주 주요 증시일정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금융위원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합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이달 말 발표되고 내달 도입될 예정인데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일본이 시행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삼성과 현대차, LG 같은 국내 간판기업들과 주요 금융지주사에 시뮬레이션 해보고, 일본식 밸류업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에도 통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인 수치 통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오늘 오전 중에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합니다. 중국 증시가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발표 직후 중국증시 흐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한편 우리 시간으로 오늘 밤 10시 30분에는 미국 최대 중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가 4분기 실적을 공개하는데요. 보통 캐터필러의 실적 결과는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함께 세계경제 회복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요일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은행 본사를 방문해 이창용 총재와 회동을 갖습니다. 두 기관장은 주요 경제 현안을 골라 합동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인데요. 기재부와 한은이 함께 토론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개 여부와 논의 주제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수요일에는 국내 이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 그룹주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2022년 4분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0% 급증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최근 증권가에서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에코프로 그룹주 실적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이번주 국내 증시 전망이번주 국내 증시는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주들의 실적 발표 마무리 단계인 만큼 관망세가 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증시 상승 재료로는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 기대감 지속과 수출 회복세가 꼽히고, 하락 재료로는 지난주 금요일 미국 국채금리 급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우려 등이 거론됩니다. 최근 미국 증시를 견인한 빅테크 기업들이 조정을 받고 미국 주요 지수가 하락한다면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발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결과가 예상과 달리 부진한 것으로 나온다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저PBR주의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이 부분도 체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