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의 빚더미에 오른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에버그란데)에 대해 29일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중국에서도 이런 결정이 유지될 지 촉각이 쏠리고 있다.
30일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은 전날 '내지(본토)와 홍콩특별행정구 법원의 민사·상사 사건 판결 상호 인정·집행에 관한 안배'의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홍콩에서는 전날 같은 내용을 담은 '내지 민사·상사 판결 (상호 강제 집행) 조례'가 공포됐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서로 다른 법체계를 운용해온 중국은 본토와 홍콩이 서로의 민사·상사 분쟁 판결을 인정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해 사건 당사자가 양쪽에 각기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새로운 메커니즘은 홍콩 법원의 헝다 계열사(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헝다') 청산 결정이 내려진 날 효력을 갖게 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다만 중국헝다의 청산과 새 법령은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내지와 홍콩특별행정구 법원의 민사·상사 사건 판결 상호 인정·집행에 관한 안배'는 제3조에서 '적용 잠정 배제 대상'을 규정하는데, 여기에는 부양·유산·특허·해사 등 문제와 함께 '파산(청산) 사건'이 들어간다. 파산 사건에 관한 한 홍콩 법원의 결정은 홍콩에서 효력을 가질 뿐 본토의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중국헝다의 본토 내 재산 처분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에 의해 사건이 본토로까지 넘어가면 2021년 중국과 홍콩이 체결한 파산 사건 관련 협정에 따라 지정 법원 3곳(상하이·선전·샤멍)이 사안을 따로 심리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영 중국신문사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헝다의 청산이 헝다그룹의 역내(본토 내) 주체의 파산과 같지 않다는 점"이라며 "법원이 위임한 청산인이 청산 주체를 접수·관리하면 (중국헝다) 회사 현직 이사의 권리는 중지되지만, 이런 일련의 절차는 보통 중국헝다와 중국헝다가 직접 보유한 자산만 겨냥한다"고 의미를 축소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헝다 리스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다른 민영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 조달에도 별다른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작년 말 열린 '2023∼2024 중국 경제 연례회의'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인 부동산 기업에 대해서도 단기 자금을 지원해 자체적인 회생을 위한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둥젠궈 주택도시농촌건설부 부부장(차관)은 "법규를 위반해 초과채무 상태가 됐거나 경영 능력을 상실한 기업은 법치화·시장화 원칙에 따라 청산해야 한다"면서도 "그룹회사에 채무불이행이 나타났다고 해도 그것이 프로젝트회사의 운영 중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프로젝트의 개발·운영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 대형 부동산기업에서 작년(2022년) 상반기에 채무불이행이 벌어졌지만, 그 회사는 올해 1∼11월 800억위안(약 14조5천억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하고 부채 구조조정도 마쳤다"는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이 리스크 확산 차단을 위해 중국헝다 청산 결정을 인정하는 상황을 당분간 미루거나 헝다그룹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