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운용할 방침인 가운데 저 PBR 종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PBR 1배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이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차기 보다 적은 PBR 1배 미만 기업이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PBR 1배 미만인 종목은 지난 26일 종가 기준 1104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전체 종목의 절반이 넘는 57.68%에 해당한다. 코스피 PBR은 0.90 배로 미국 상장주 평균인 4.6배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고 일본 닛케이 255지수 1.4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보험, 소매(유통), 은행, 유틸리티, 건설, 철강, 자동차, 에너지, 증권, 통신서비스, 상사, 운송, 디스플레이, 비철금속, 필수소비재 업종의 PBR이 1배 미만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중 보험, 소매(유통), 은행, 유틸리티, 건설, 철강, 자동차, 에너지, 증권 업종은 지난 5년 내 PBR 1배를 상회한 적이 없는 만년 저평가 업종이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세부 방안이 발표될 때까지는 여러 만년 저평가주들의 주가 흐름은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PBR 제고 방안으로 기업들은 주로 주주환원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업황과 현재 실적, 주주환원 가능 여력 등이 반영되며 수혜 업종은 압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 주도주이자 기업이 배당을 결정하면 투자자가 이를 확인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 자동차와 금융주에 관심이 필요하다"며 "또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존재하는 일부 유통 기업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일(29일) 저PBR 종목들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이마트 (+15.2%), 롯데쇼핑(+8.6%), 현대백화점 (+7.6%), 현대홈쇼핑 (+6.8%), 신세계 (+5.3%), 광주신세계 (+4.8%) 등의 유통 주의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유통 업종 내 대표적인 저PBR 종목은 이마트(0.20배), 롯데쇼핑(0.23배), 현대백화점(0.26배), 신세계(0.40배) 등으로 정부의 움직임은 저PBR 종목이 많은 유통 업종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정부의 금번 발표를 통해 유통 기업들이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자산의 효율적 배치·활용 등에 임한다면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2월에 세부 내용이 공개되어야 실효성 여부가 구체화된다"고 말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밸류에이션 디레이팅을 받게 된 이유는 외형 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동시에 다소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자산이 이익 창출에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인식 등도 밸류에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재무 건전성이 다소 취약한 기업들도 있어,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원활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기 언급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금번 주가 반등은 단순한 ‘섹터 로테이션’에 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