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불법 유출한 업체 운영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실운영자 A씨 등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 회사에 근무하며 반도체 장비 설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A씨는 2022년 5월 친동생 B씨가 기술 유출로 구속되자 운영하던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를 대신 운영하면서 지난해 5월 B씨가 설계한 기존 장비의 외관을 변경한 반도체 세정 장비를 중국 경쟁 업체로 불법 수출해 총 34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연구원 출신인 B씨는 2019년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를 설립한 뒤 2018년 3월부터 3년여간 영업 비밀인 반도체 습식 세정 장비 제작 기술 등을 부정 사용해 장비 도면을 만들어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제작, 중국 업체 등으로 수출한 혐의 등을 받았다.
B씨와 범행한 세메스 전 직원 등은 당시 세메스 협력업체에 부탁하거나 세메스에서 퇴직할 때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정 장비 기술 정보와 설계도면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
2건의 기술 유출 사건으로 각각 기소돼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B씨는 최근 항소심에서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늘었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 검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수출을 위해 인천항으로 이동 중이던 21억원 상당의 세정 장비까지 압수하자, 8차례에 걸쳐 부품을 '쪼개기' 방식으로 중국으로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이를 조립, 제작하는 방식으로 대금 26억원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품을 쪼개서 수출하면 장비 수출 기록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A씨는 범죄 수익금 12억원을 B씨의 아내 계좌에 은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에 유출된 기술의 가치를 수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로 세메스 장비를 베낀 기존 장비의 설계 및 제작이 어려워지자 중국 경쟁 업체와 공모해 현지에서 세정 장비를 제작하기로 하고 중국 현지에 법인 설립을 완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엄중한 처벌을 통해 기술 유출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준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