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돈 문제가 얽히고설키면, 그 당사자 사이에는 분쟁의 씨앗이 심어졌다고 봐도 과하지 않다. 만사 순조로워 돈이 잘 돌 때야 모두 행복하겠지만 세상 일이 바라는 대로만 흘러갈까. 가령 절친한 지인을 믿고 돈 거래를 했다가 이유는 어찌되었든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면? 절친한 지인은 절친한 줄 알았던 사람이 되어버리고 내 돈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기 마련이다. 그러다 누구 탓이냐로 다투다가 끝내 한 쪽이 고소장 들고 경찰서를 찾기까지 이른다.
흔히 사기죄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을 고소하는 것인데, 이러한 고소의 경우 꼭 상대방을 처벌 받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 간, 특히 일정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한 돈 거래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기록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곤 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해보려고 하더라도 마땅한 증거가 없어 녹록치 않다. 그러다보니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고,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고소를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안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애매할 뿐더러, 고소당하는 입장에서는 대체 어떤 사실관계를 사기라고 주장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고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애시 당초 애매모호하게 했던 돈 거래인 만큼 과거에 무심코 상대방에게 한 말, 돈 거래를 했던 시점의 경제사정에 따라서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의심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고소를 한 사람은 나름 기억을 더듬어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모으고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정리하여 후 고소에 나섰을 것이다. 반면 고소당한 입장에서 언제, 어떤 상황을 문제 삼은 것인지도 모르는 채 경찰 조사에 임한다면, 기억도 불분명할뿐더러 즉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스스로를 방어해줄 자료는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을 것이다. 경찰 입장에서 어느 쪽의 말에 더 신뢰가 갈까. 물론 추후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할 수 있겠지만 초기 수사의 방향이 불리하게 형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경찰 조사 전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어떤 내용의 고소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이는 어려운 절차도 아니다. 정부가 통합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하여 온라인으로 할 수 있고, 조사 받으러 갈 경찰서 민원실을 방문해서 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고소당한 사람이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경찰로부터 타인의 개인정보 등을 가린 고소장 사본을 받을 수 있다. 비로소 구체적으로 어떤 고소인지 확인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불리한 입장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정보공개청구한 고소장 사본을 수령하기 까지는 적어도 1~2주, 그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런데 실무상 경찰에서 고소당한 사람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고 피의자 조사 출석을 요구하면서 대단히 임박하게 일정을 잡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경우 즉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경찰 조사 전까지 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 절차 이후로 일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경찰의 요구라고 해서 위축되어 그냥 출석했다가는 상황이 더 불리해 질 수 있다.
물론 정말 악질인 범죄자가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오용하여 수사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민사소송 절차의 한계와 더불어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말미암아 고소를 일종의 도구로 활용하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고소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고소장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반드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첫걸음이라는 점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중앙지역군사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신길제1동 마을변호사, (현)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 (현)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헬프애니멀 프로보노 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변호사 민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