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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父子인연 살인으로 끝낸 양아들…항소심도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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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출신인 자신을 양아버지가 '머리 검은 짐승'으로 부른데 격분해 살인을 저지른 5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박혜선 고법판사)는 15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A씨(59)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고아원에서 자라다 11세때 양아버지 B씨에게 입양돼 전남 여수시의 섬마을에 새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A씨는 다른 고아들과 함께 입양됐는데, 이들은 부족한 일손을 보태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소를 키우고 밭을 매거나 뱃일하며 B씨 집에서 살았다.

어린 나이에도 일꾼처럼 농사일하는 그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머슴'이라고 불렀고, 학교에 가기는커녕 주민등록조차 성인이 될 무렵에 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속에서는 모순된 '양가 감정'(兩價感情)이 싹텄다.

학교에 가는 B씨의 자녀들을 지켜본 A씨는 양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자신을 거둬준 아버지로부터 자식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일했다.

17살이 되던 해 A씨는 B씨가 선장으로 있던 배에서 선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26살에 결혼해 독립했지만, 양아버지를 도와 계속 일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2021년 배에서 일하던 중 A씨는 어망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 오른팔이 절단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얻은 그의 마음에 어린 시절부터 쌓아오던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독립 후 자수성가해 7억원 상당의 선박을 보유하는 등 경제생활도 나아졌지만 A씨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였고 지난해 2월 술을 마신 채 흉기를 품고 양아버지를 찾아갔다.

A씨가 "아버지가 나한테 뭘 해줬냐"며 "20년 전에 배도 주고, 집과 땅도 주기로 해놓고 왜 안 주느냐"고 따지자 B씨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라고 대꾸했다. 결국 A씨는 흉기를 휘둘러 40여년 인연의 양아버지를 살해했다.

살인죄 수사 과정에서 그는 "평소에도 고아라고 말해 화가 났는데, 아버지한테 '짐승'이라는 말을 듣자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팔 절단 이후 정신과 약물 치료 중이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아버지의 학대나 착취 의심 정황이 있는 등 참작할 점이 있지만, 계획적 살인죄에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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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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