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범행 90시간 만인 19일 검거돼 경찰서로 압송됐다.
이들은 모두 10대로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임모(17) 군은 이날 오후 7시 8분께 경기 수원시 주거지에서 검거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인계됐다. 임군의 연인이자 공범인 김모(16) 양도 인근 주거지에서 검거돼 같은 경찰서로 넘겨졌다.
오후 9시 37분께 종로경찰서 현관 앞에 정차한 호송차량에서 경찰관과 함께 내린 이들은 검은 패딩점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 지시를 받아 낙서한 것이냐', '낙서 내용은 무슨 의미냐', '낙서에 적은 사이트와는 어떤 관계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임군과 김양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께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를 받는다.
임군 등은 경찰에 범행을 시인하고 '불법영상 공유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들은 범행 당시 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 문구와 함께 '○○○티비', '△△' 등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적었다. 범행 도구는 현장에서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낙서 용의자를 남녀 2명으로 특정하고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행적을 추적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화질 등이 균일하지 않아 동선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용의자를 다각적으로 교차 검증해 특정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체포가 부득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배후 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임군 등의 범행 다음 날 두 번째 낙서를 한 20대 남성 A씨는 전날 종로서에 자진 출석해 6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낙서 내용으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등을 적은 이유에 대해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신질환 등 병력은 없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단순 모방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