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일하며 비싸게 거래되는 희귀 동전을 빼돌려 수천만원을 챙긴 전 직원이 1심에서 받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A(61)씨는 한은 대전세종충남본부에서 화폐 교환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하며 특정 연도 발행 동전만 수집하는, 속칭 '뒤깁기'를 하러 온 화폐 수집상 B(47)씨에게 2018∼2019년산 100원짜리 동전 24만개를 출고해준 혐의를 받는다.
한은은 그해 3월부터 동전 교환 시 제조 주화가 아닌 사용 주화로만 교환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A씨는 희귀화폐 거래 시장에서 특정 연도 동전이 액면가의 수십 배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연도의 제조 주화를 반출해주겠다고 제안해 범행했다.
실제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2018년 100원 주화의 경우 액면가의 최고 196배, 2019년 100원 주화는 64배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천200만원을 투자한 A씨는 B씨로부터 동전 판매대금으로 5천500만원을 받아 4천3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자체 감사를 벌여 2018∼2019년산 100원 주화가 선물용이나 기념품 등으로 배부된 것 외에 지역본부에서 정상 절차를 거쳐 외부로 출고된 사례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수사가 시작된 후 면직 처분됐다.
2심인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는 12일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청렴 의무를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나 이 사건 범행으로 한은이 부실해지거나 경제적 손실을 보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장기간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검사와 A·B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원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화폐 수집상 B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