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중국에서 확산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한데다, 항생제 내성이 강해 대유행을 막으려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국내에선 이 진단 기술이 규제의 벽에 가로 막혀 논란입니다.
박승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4급 법정 감염병 중 하나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중국을 휩쓸고 있는 이 폐렴이 최근 국내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5세에서 9세 사이 어린이들이 주로 걸리는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초기엔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조현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교수 :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요새 유행하는 독감과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우 학교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유행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유행을 막기 위해선 신속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폐렴 분자진단시약은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 수출길에 오른 제품도, 국내에선 임상 진입부터 난관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10개 폐렴균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분자진단시약의 경우, 임상 시험 조건으로 해당균 당 각 40개 이상의 검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적은 숫자일 수 있지만, 일부 유행이 적은 폐렴균(폐렴 레지오넬라균)의 경우 국내에서 단기간에 검체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A진단업체 대표 : 무조건 맞춰야 돼요 40개 이상은. 모든 제품들을 상담하러 가면 무조건 타겟(균)별로 40개 이상 하라고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임상하기가 굉장히 힘든 겁니다.]
'검체수 40개'는 명시적 규정에도 없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로, 검체 수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유럽과 비교해서도 후진적 규제라는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유럽 인증(CE 인증) 가운데 자기적합성선언(DOC) 인증의 경우 기업이 자체 진행한 임상시험에 대한 내용을 제출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판매 허가까지 내주고 있습니다.
상황에 맞춰 환자 검체 수를 유연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까다로운 국내 허가보다 유럽으로 시선을 돌려 수출에 먼저 나서고 있는 배경입니다.
[A진단업체 대표 : (제출) 자료가 있긴한데, 임상이라는 게 검체수 몇 개고, 그 규정이 식약처에서 권하는 수준의 자료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검체수가 적으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능을 입증할 수 없어 국내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검체수 40개에 대해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촬영 : 이성근, 편집 : 김정은, CG : 신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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