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의 유명 스키 휴양지인 체르비니아가 무솔리니 시대 이전의 프랑스어 지명으로 환원하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체르비니아 지방 의회는 지난달 28일 무솔리니 시대 때 붙여진 마을의 이름을 과거 지명인 르 브뢰이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2011년부터 지명 변경 운동을 벌인 이 마을의 전 시장인 장 앙투안 마퀴나즈는 "우리는 지역의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름은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 세기 동안 르 브뢰이라는 프랑스어 지명으로 알려진 이 마을은 1934년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추진한 외국어 사용 금지 정책에 따라 체르비니아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을 갖게 됐다. 당시 프랑스, 스위스와 국경을 접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마을 중에는 이런 식으로 지명이 바뀐 곳이 많다.
하지만 이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높은 지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관광업계는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마을 주민 700여명도 신분증부터 출생 증명서, 토지 등기부등본까지 각종 서류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성명을 내고 "반이탈리아적 결정"이라며 지명 변경에 강하게 반대했다.
FdI 소속 하원의원인 알레산드로 우르치는 "탈레반이 자행한 정체성 말살에 버금가는 이데올로기적 광란"이라고 규정했다.
다니엘라 산탄체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은 "당신들 미쳤어요?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는지 아느냐"며 체르비니아 당국에 이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장관까지 직접 나설 정도로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자 체르비니아 당국도 부랴부랴 지명 변경 철회에 나섰다.
엘리사 치코 체르비니아 시장은 이날 안사 통신에 "체르비니아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며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