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호스트클럽의 악질적인 영업 행태와 그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남성 접객원이 여성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호스트클럽은 일본에서는 일반인들도 비교적 쉽게 드나드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호스트클럽에 빠져 거액의 외상을 진 젊은 여성들이 성매매에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아사히·마이니치·도쿄신문을 비롯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쓰유키 야스히로 경찰청장은 전날 밤 호스트클럽이 몰려있는 도쿄 유흥가인 가부키초(歌舞伎町) 거리와 인근 오쿠보(大久保) 공원 등을 시찰하고 기자들에게 "악질 호스트 클럽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쓰유키 청장이 이날 들른 오쿠보 공원은 도쿄 도심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서도 멀지 않은 곳으로 길거리 매춘 흥정을 하는 여성들의 거점으로 알려졌다. 호스트클럽에 돈을 쓰느라 빚을 진 여성들이 길거리에 서있다가 자신에게 말을 붙여오는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 흥정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최근 약 석달 동안 오쿠보공원 주변에서 성매매로 현행범 체포된 81명 가운데 40% 정도가 '호스트 클럽 등에 다니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쓰유키 청장이 이례적으로 호스트클럽 시찰에 나선 이유는 이들의 악질적인 영업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 마련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대책을 담은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질의에 "단속이나 상담 강화 등 대책을 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트클럽 문제가 최근 크게 부각된 것은 일본의 민법상 성인 연령 기준이 작년 4월부터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영향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18살 때 우연히 호스트클럽에 갔다가 호스트에 마음을 빼앗겨 외상을 동원해 영업실적을 올려주다가 성매매까지 하는 신세가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현재도 160만엔(약 1천396만)의 빚을 안고 있다.
이 여성은 최근 가부키초 인근 사회단체를 찾아 보호소를 소개받고 변호사와 상담하면서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이 여성을 도와준 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성인 연령 기준이 개정된 데다 올해 코로나19 규제가 사라져 번화가에 인파가 돌아오면서 10∼20대 자녀를 둔 보호자들의 상담이 늘었다"며 "약 300건의 상담 중 대부분은 외상에 따른 성매매 문제"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