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를 갖춘 대학들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정부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론 역시 정원 확대에 우호적이라 정부는 이르면 연내, 또는 내년 초에 규모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까지 2주간 의대가 있는 전국 40대 대학을 대상으로 2025∼2030년 입시의 의대 희망 증원 규모 수요를 조사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대학들의 증원 희망 폭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최소 2천151명, 최대 2천847명으로 나타났다.
3천58명인 현재 정원 대비 70.3∼93.1%로 대폭 늘리자는 의견으로,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1천명을 훌쩍 넘는다. 2030년도 희망 증원 폭은 현원과 비교해 최소 89.5%, 최대 129.3% 증원을 요구해 2천738명∼3천953명에 달한다.
국민 여론 역시 의대 정원 확대로 기울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한 의사 인력 확충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2.7%('매우 필요하다' 57.7%, '필요하다' 25.0%)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전국의 종합병원을 상대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과도한 의료진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인원이 얼마나 필요하냐를 조사하는 것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응급실 뺑뺑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그다음에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앞으로도 더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12월 중 각 대학의 의대생 수용 능력을 파악하는 의학교육점검반 활동을 마칠 계획이다.
전 실장은 "복지부는 전체 의대 정원의 수요 규모를 파악해서 교육부에 넘길 텐데, 교육부가 학교별로 배정 계획 등을 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역할은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단, 의사단체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 2020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의대 정원을 늘리려고 할 때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여 추진이 무산됐다.
새로 구성된 의협의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의 양동호 협상단장은 이달 15일 열린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만약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도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으로 이뤄진 젊은의사협의체는 "신중한 검토 없는 정원 확대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협 등 의사단체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의대 정원 확충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