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정부가 예고한 대로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없었지만 난도는 꽤 높았던 것으로평가됐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했으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특히 킬러문항 없는 첫 모의평가였던 올해 9월 모의평가를 분석하고 N수생 유입을 고려해 시험이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BS 현장교사단 역시 국어·수학 영역에서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문항 자체의 난도는 높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으로 비교적 평이했던 지난해 수능과 142점으로 변별력이 강화된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약간 더 어려웠다고 EBS 현장교사단이 전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라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서울 덕수고 윤혜정 교사는 국어영역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소위 킬러문항은 확실히 배제됐다"면서도 "선지의 정교함과 세심함을 통해 실질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문을 꼼꼼히 읽어 정보를 파악하고 선지를 분석해야 정답을 고를 수 있게 출제해 변별력을 갖추면서도, 사교육 '문제풀이 기술'이 통하지 않도록 했다는 의미다.
입시업체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초고난도 문제는 없었고, 9월 모의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매력적인 오답'이 많아 수험생 입장에서는 작년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학 역시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45점과 144점으로 상당히 높았던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수준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9월 모의평가는 전체적인 난도는 높았지만, 킬러문항을 배제해 표준점수 최고점자(통상 '만점자')가 작년 수능의 3배 수준으로 늘었는데, 이번 수능은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EBS는 분석했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작년 수능과의) 가장 큰 차이는 문제의 해석이 빠르다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조건을 많이 주고 만족시키는 답을 찾도록 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며 "또한 작년 킬러문항은 풀이 과정이 길게 나오는데 (올해는) 계산량이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상위권에서 느끼는 것은 지난해 수능과 9월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난도를 평가했다.
국어영역과 수학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두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34점과 145점으로 11점이나 차이가 나는 바람에 수학에서 고득점한 자연계열 진학 희망 수험생에게 유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실제 성적 분포에는 N수생 유입이나, 코로나19에 따른 재학생의 학력 저하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달 20일까지 평가원 누리집 이의신청 전용 게시판에서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는다. 수능 성적 통지표는 12월 8일 배부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