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올해 대종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6관왕에 올랐다.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9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작품상을 받았다.
지난 8월 개봉한 이 작품은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제작사인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변승민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이 작품의 배경은 겨울인데, 한여름에 두꺼운 옷을 입고 찍었다"며 배우와 스태프의 노고를 부각했다.
이번 수상작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개봉한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됐다. 본심에는 온라인 신청을 받아 선발한 100명의 국민 심사위원단도 참여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작품상 외에도 남우주연상(배우 이병헌), 여우조연상(김선영), 시각효과상(은재현), 음향효과상(김석원), 미술상(조화성)을 받았다.
영화 촬영 일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병헌은 영상으로 보낸 소감에서 "팬데믹을 지나면서 많은 극장에 타격이 있었고 현재 진행 중임에도, 많은 분이 영화에 관심을 갖고 관람해줘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독립영화 '비닐하우스'에서 주연한 김서형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1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김서형은 "'비닐하우스'가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내용을 소개하고 "대종상이 제게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줬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그 자리에 있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계를 이끌어온 관록의 배우에게 주는 공로상은 장미희가 받았다. 시상식에 나온 장미희는 "48년간 연기자의 생활을 이어왔다"며 "미약하나마 앞으로도 한국 영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감독상은 '밀수'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받았다. 류 감독도 시상식에는 나오지 않고 소감을 담은 영상을 보냈다.
남우조연상은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 출연한 오정세에게 수여됐다. 오정세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신인여우상은 '다음 소희'의 김시은, 신인남우상은 '귀공자'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선호가 받았다.
김선호는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작품을 만들 때 모든 사람의 노고와 열정이 엄청나게 들어갔다"며 "그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고, 영광이었다"고 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 작품상은 디즈니+ '무빙'이 받았다. 시리즈 감독상은 디즈니+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 남우상은 '카지노'의 최민식, 여우상은 '무빙'의 한효주에게 돌아갔다.
대종상 시상식은 국내 3대 영화 시상식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로,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한다.
지난 수년 동안 내부 갈등과 공정성 논란, 수상자들의 불참 등으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작년에는 영화인들이 대종상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심사 방식을 대폭 바꾸는 등 쇄신안을 도입했다.
이장호 대종상 영화제 통합위원장은 "그동안 대종상 영화제가 암 투병을 하는 것처럼 악전고투했는데, 오늘 옛날의 그 화려했던 영광을 다시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도 약 10명의 수상자가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처질 수 있는 분위기를 살려낸 건 배우 차인표와 개그우먼 장도연의 재치 있는 진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