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여파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자금을 회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사우디아라비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달 2억 달러(약 2천600억 원)가 넘는 기록적인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자금 규모는 연초 대비 20%나 감소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주식을 추종하는 ETF도 역내 불안정성 우려에 따른 자금 유출로 자금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
'아이셰어즈 MSCI 카타르 ETF'에서는 770만 달러(약 102억 원) , '아이셰어즈 MSCI UAE ETF'에서는 275만 달러(약 36억 원)의 자금 유출이 각각 일어났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아이셰어즈 MSCI 이스라엘 ETF', 'ARK 이스라엘 혁신기술 ETF', '블루스타 이스라엘 테크놀러지' 등 이스라엘을 추종하는 ETF에서 250만∼93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중동 국가들을 추종하는 ETF의 자금 유출은 같은 기간 신흥시장에서 발생한 유출 수준을 훨씬 능가하고, 이스라엘에서의 유출 규모도 평균 수준을 상회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 여파에 이어 시장을 강타한 두 번째 대형 악재로 평가됐다.
영국의 위기분석 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아프리카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토르키에른 솔트베트는 "자금 유출이 상당히 무차별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각국의 펀더멘털에 따라 반드시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내 전체에 걸쳐 위험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결과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들어 이들 ETF는 하마스 공격 이후 발생한 손실을 대부분 만회했다.
또 이스라엘 통화 셰켈화 가치도 회복하고 국채도 반등했으며, 걸프 국가들의 채권도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중동지역 국가들의 경제가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2천억 달러(약 264조 원)에 가까운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며, 걸프 국가들도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으로 지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주식시장 자금이탈은 이 지역이 다시 분쟁에 빠지면서 심각한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수익) 다각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전쟁이 계속되면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력이 약화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의 경우 전쟁 지속 기간과 그로 인해 기업과 투자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향후 경제에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