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키우던 애완 하마가 야생에 풀려난 후 개체수가 불어난 끝에 결국 일부가 안락사당할 운명에 놓였다.
수사나 무하마드 콜롬비아 환경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을 열고 올해 중으로 마그달레나 강 인근에 사는 하마 떼 중 스무 마리를 중성화하고 일부는 안락사시킬 것이라 말했다고 AFP·DPA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들 하마는 콜롬비아의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개인 소유 동물원에서 키우던 하마의 후손이다. 1980년대 코카인 거래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쌓았던 에스코바르의 일생은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로 제작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창 콜롬비아를 주름 잡던 시기 안티오키아주에 있는 개인 별장에 동물원을 만들어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하마와 코끼리, 기린 등을 길렀다.
1993년 에스코바르가 군경에 사살된 뒤 다른 동물들은 동물원으로 팔려 갔지만 하마들은 근처 강과 초원, 습지 등에 풀려났다. 당시 4마리였던 하마들은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해 최근 166마리까지 늘어났다. 수년 전부터는 주민들이 이 하마 떼에게 공격을 당하고 고유 생태종이 파괴되는 등 하마들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이에 콜롬비아 정부는 2021년부터 중성화와 해외 이송 등을 통해 개체 수 조절을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이들을 '외래 침입종'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 최대 80마리로 추정됐던 하마 떼는 이듬해 130마리까지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160마리를 넘긴 끝에 결국 안락사 결정까지 이어졌다. 콜롬비아 정부는 하마 떼를 이대로 둔다면 2035년에는 1천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마 중 정확히 몇 마리가 안락사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성화 처분은 다음 주부터 시작되며 2025년까지 40마리를 더 중성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무하마드 장관은 밝혔다. 하마 한 마리를 중성화시키는 데에는 평균적으로 9천800달러(약 1천3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 정부는 중성화·안락사와 함께 하마들을 멕시코나 인도 등의 국가로 이송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