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올랐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4.0%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내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3.3%를 유지했다가 이달 상승 전환했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팀장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뛰었다”며 “10월부터 교통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이 인상됐고,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란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 이하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며 “하마스 사태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르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경제심리도 지난달보다 악화했다. 10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전월보다 1.6p 하락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기준값을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경기전망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올해 CCSI는 지난 6월 100.7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경제심리가 낙관적으로 바뀌었고, 7월에는 103.2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8월엔 103.1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고 9월엔 99.7로 더 떨어지며 소비자들의 경제인식이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도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물가수준전망CSI는 151로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리수준전망CSI은 128로 한 달 새 10p 오르며 2021년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황 팀장은 “현재 물가도 높지만 미국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고, 시중금리 중에도 장기 국고채 금리도 높아지는 영향과 함께 가계부채까지 증가하고 있어서 금리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란 소비자들의 인식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달에 비해 다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08로 전월대비 2p 내렸다. 주택가격전망CSI가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황 팀장은 “9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소비지출전망만 올랐는데 이는 소비 심리가 호전됐다기보다는 고령층에서 물가가 높아지면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응답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본격적으로 소비지출전망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