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을 대거 선보이며 HBM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글로벌 정보통신(IT) 고객과 파트너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메모리 테크 데이'를 열고 초고성능 HBM3E D램인 '샤인볼트'(Shinebolt)를 처음 선보였다.
고대역폭 메모리를 뜻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돼 챗GPT 등장 이후 큰 주목을 받아왔다. HBM 5세대인 HBM3E는 아직 양산되지는 않은 제품이다.
'샤인볼트'는 용량이 전작의 1.5배 수준으로,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1초에 30기가바이트(GB) 용량의 UHD 영화 40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전력 효율은 10% 향상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4세대 제품인 HBM3 8단과 12단 제품을 양산 중이며, HBM3E도 고객에게 샘플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HBM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가운데 미국 메모리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HBM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46∼49%의 점유율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3∼5%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지난 5월 12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했고 차세대 11나노급 D램도 업계 최대 수준의 집적도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10나노 이하 D램에서는 기존 2차원(2D)의 평면이 아닌 3D의 신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칩 면적을 줄여야 하는 한계를 3D의 수직 구조로 극복하고 성능도 향상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1개 칩에서 용량을 100기가비트(Gb) 이상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또 최근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급 32Gb DDR5 D램을 선보였다. 32Gb는 D램 단일 칩 기준으로 역대 최대 용량이다.
32Gbps(초당 기가비트) GDDR7 D램도 전시했다. GDDR D램은 그래픽, 데이터센터, AI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D램으로, 32Gbps는 업계 최고 속도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이정배 사장은 "초거대 AI 시대는 기술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교차해 더 큰 도약과 함께 도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무한한 상상력과 도전으로 혁신을 이끌고, 고객·파트너와 협력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설루션을 제공해 메모리 시장을 지속해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