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대인 중 많게는 30% 가량이 보증금을 마련해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올해 상반기의 역전세 계약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드러났다.
국토연구원은 '보증금 반환 지연 및 미반환 구조 이해와 임차인 불안 완화 방안 연구'에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임대인의 저축액·대출 가능액에 기초한 보증금 반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12일 그 내용을 발표했다.
그 결과 임대 보증금이 있는 임대인의 48.3%가 보증금보다 저축액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여력을 고려해도 임대인 14.5∼29.6%는 보증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임대인의 최대 6.6%는 보증금의 20%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시세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임대인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대출을 모두 동원해도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 자료를 취합한 결과, 보증금이 만기 시 전세 시세보다 높은 '역전세' 계약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6.7%에서 올해 상반기 55.5%로 늘었다. 6월 한 달간만 따지면 역전세 비중은 61.5%까지 치솟는다.
보증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깡통전세'에 해당하는 계약 비중 역시 지난해 상반기 0.7%였으나 올해 상반기 5.1%로 높아졌다. 역전세이면서 깡통전세인 계약 비중은 같은 기간 0.3%에서 4.7%로 늘었다.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계약 중 최우선 변제금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는 0.07%에 불과했다. 최우선 변제금을 통한 온전한 보증금 상환 가능성이 무척 낮다는 뜻이다.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통해 보호받고 있는 전세 가구는 전체의 8.1%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보증금을 제때 못 받을 수 있는 위험 가구는 24만1천∼49만2천가구, 보증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미반환 위험 가구는 2만∼4만2천 가구일 것으로 추정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이슬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과도하게 높은 전세가율 90% 초과 주택은 주택 임대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시장 변동에 따라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할 수 있는 전세가율 60∼90% 부분에 대해서는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해 사고 위험에 임차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세입자를 낀 주택의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보증금 반환 채권 교환) 임차인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에는 레버리지 성격이 있는 전세 보증금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