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그 배후라고 지목을 받은 이란 정부가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변함없이 확고한 지지를 유지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돼 있지 않으며 이건 순전히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에 자금과 무기 등을 지원해 왔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에는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이란은 자국이 하마스의 공격을 배후 조종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사태의 원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피해가 커진 것은 기습이었기 때문이고 이건 이스라엘 안보기구가 저지른 '사상 최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대표부는 "그들(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란의 정보력과 작전기획 탓이라며 자신들의 실패를 합리화하려 하고 있다"며 "정보기관에선 팔레스타인 단체에 패배했다고 나오는 걸 받아들이길 매우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하마스 공격이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대표부는 "팔레스타인이 취한 단호한 조처는 70년간 이어진 불법적 시온주의 정권이 자행해 온 억압적 강점과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맞선 전적으로 합법적인 방어에 해당한다"며 하마스를 두둔했다.
하마스는 유대 안식일인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겨냥해 수천발의 로켓포를 쏘고, 무장대원들을 침투시켰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 측에서만 700명 이상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민간인과 병사가 인질이 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이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도 최소 4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공격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 정상화 추진해 온 상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수니 아랍권이 화해해 '중동 데탕트'가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며 강경 투쟁노선을 고수해 온 하마스는 입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후 하마스를 향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막는다는 하마스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이스라엘과 수니 아랍권의 관계 강화가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흔든다고 여겨온 이란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까닭에 현지 일각에선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도움을 줬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