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신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가 연간 100만명을 넘어선 데다 일부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이 부각되면서, 정신질환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 강은미 의원(정의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구 1천명당 정신과 의사 수는 2020년 기준 한국이 0.08명으로 그 해 통계가 있는 29개국 평균 0.18명의 절반 이하였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0.01명), 콜롬비아(0.02명), 터키(0.06명) 등 3곳뿐이었다. 2020년 통계가 없는 7개 국가의 최근 수치를 봐도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복지부는 OECD 건강 통계에서 수치를 확인했다.
정신과 의사가 부족한 원인이 의대생들 사이에서 정신과의 인기가 없기 때문은 아니다.
전국 48개 병원의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정신건강의학과는 모집 정원 97명에 142명이 지원해 1.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보다는 정부와 의료계의 정신건강 분야 투자가 부족한 탓이 커 보인다.
올해 정부 보건예산 중 정신건강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1.9%(3천158억원)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한 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처우가 나은 민간병원이나 개원을 선호하면서 중증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국립정신병원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복지부가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립정신병원 5곳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41.2%에 그쳤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38.4%, 국립공주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이 27.2%, 국립춘천병원이 42.8%였다.
중소 규모 정신과 병·의원이 급속히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서울 시내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은 232곳(76.8%)이나 증가했다.
정신과 의사가 부족한 것과 달리 정신과 병상 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과잉에 가까웠다. 수용·입원 위주의 환자 관리·치료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강은미 의원에 제출한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인구 1천만명당 정신병상 수는 1.24개로, OECD 회원국 중 일본(2.57개), 벨기에(1.41개), 독일(1.30개) 다음으로 많았다. 회원국 평균인 0.65개의 2배에 가까웠다.
정신과 의사 부족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정신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 환자는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8년 75만2천976명, 2019년 79만9천11명, 2020년 83만2천378명, 2021년 91만5천298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에는 100만744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의 필수의료라고 할 수 있는 정신응급 등 급성기 치료는 사고 위험이나 난도에 비해 보상 수준이 낮아서 (의사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성기 치료를 조기에 서둘러서 하고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