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노동시장 강세로 인한 긴축 장기화 우려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연준 인사의 시장 친화적인 발언에도 시장은 하루 뒤 공개되는 비농업 고용지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짙은 관망세를 기록했다.
● 비만약 열풍에 흔들…유통·소비주 대응 나섰다
업종별로는 미국 대표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식음료 업체들이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 인기로 인해 매출 둔화 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두드러진 하락을 보였다.
이날 존 퍼너 월마트 북미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젬픽과 위고비가 쇼핑 행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들 소비, 유통 산업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퍼너 CEO는 "익명화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관측했다"면서 "장바구니의 구매 단위와 칼로리가 다소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직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비만 치료제 판매 증가로 인해 식욕 감퇴를 겪은 소비자들의 행태가 변화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켈라노바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카할린 역시 "다이어트약이 잠재적으로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이를 완화할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2021년 6월 판매를 시작한 위고비는 소화기관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유사체로 만든 비만 치료제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GLP-1 지속시간을 늘려 매주 1회씩 투약하면 감량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킴 카사디안 등이 이들 약물로 체중을 감량한 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포만감을 키워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시간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월마트는 전 거래일보다 1.195 내린 159.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리얼 제품들과 프링글스 감자칩 등을 판매하는 켈라노바는 3.28% 하락한 51.23달러, 코카콜라는 4.83% 빠진 52.38에 그쳤다.
● "금리 한 번 올린 셈"…시장 불안 덜어낸 데일리 총재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다.
데일리 총재는 이날 "(연준이) 할 수 있는 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이고 결정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적극적인 정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채권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언급하며 "한 차례 금리인상을 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금융시장도 적절한 가격을 찾으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메리 데일리 총재는 올해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위원 중에 한 명이다. 이날 발언 이후 채권 금리는 큰 변동없이 약세를 이어갔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6bp내린 4.719%, 2년물 금리는 2.7bp하락한 5.023%를 기록했다.
● 관건은 정부 고용지표…실업률 발표 앞두고 불확실성 증가이날 뉴욕증시는 장 전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0만 7천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21만 건보다 낮았다.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도 166만 4천건으로 팩트셋 집계치인 168만건을 밑돌았고. 변동성을 감안한 4주 이동평균 청구건수는 20만 8,750건으로 2월 4일이후 최저였다.
전날 민간 고용지표인 ADP 일자리가 8만9천건 증가에 그쳐 예상치인 15만건을 밑돌았으나 정부 집계 데이터에 따른 노동시장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연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미 3대 지수 가운데 S&P500은 전날보다 0.13% 하락한 4,258.1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12% 빠진 1만 3,219.83을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0.003% 하락한 3만 3,119.57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