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덕덕고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미국 정부와 구글 간 반독점 재판 중 이뤄진 비공개 진술이었지만 재판부가 "사건에 핵심적"이라고 판단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덕덕고 최고경영자(CEO) 가브리엘 와인버그는 2018∼2019년 웹브라우저 사파리 책임자를 비롯한 애플 임원진과 약 20차례 통화 및 만남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사파리 상에서 검색기록을 남기지 않는 비밀모드를 실행할 경우 덕덕고를 기본 엔진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와인버그 CEO는 애플이 이 과정에서 덕덕고의 프라이버시 기술 다수를 사파리에 통합했다면서 "나는 그들이 (덕덕고를 비밀모드 기본 엔진으로) 출시할 것으로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플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2018년부터 애플의 검색 부문 책임자로 근무한 존 잔난드레아는 자신이 아는 한 그런 내용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2019년 2월 자신이 이메일을 통해 다른 애플 임원에게 "(그 방안은) 나쁜 생각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그는 해당 방안에 대해 "하나의 가정이었다"면서 덕덕고가 검색정보를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bing)에 의존하는 만큼 사용자 정보 일부가 MS 측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또 애플이 진지하게 해당 방안을 고려했다면 덕덕고에 대해 더 많은 기업실사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잔난드레아는 애플의 팀 쿡 CEO가 2018년 자신에게 MS 임원진과 사파리에 빙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애플과 MS 측은 2018년 가을과 2020년 겨울 등에 만나 합작회사 설립이나 애플의 빙 인수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다만 애플은 이 과정에서 빙과 구글의 검색 결과를 비교했는데, 대부분의 경우에서 구글이 더 나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둔다.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엔진 유통망을 불법으로 장악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광고 수입으로 경쟁업체의 진출을 막았다고 보고 있다. 구글이 웹 브라우저와 스마트폰 등 기기에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선탑재하고 타사 제품을 배제하기 위해 애플·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 T모바일·AT&T 등 통신업체에 수십억달러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려는 삼성전자 측 움직임에 구글이 항의해 삼성전자가 물러섰다는 진술도 나온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