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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피로감에 슬로바키아 '친러'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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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6개월을 훌쩍 넘긴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 피로감'이 커지면서 각국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우군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반(反)미국 성향의 야당이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 "탄약 한 통도 보내지 않겠다"고 공약했던 슬로바키아 야당 사회민주당(SD·스메르)의 총선 승리는 전쟁이 정체 국면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1일 분석했다.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이끄는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은 개표가 99.98%가 완료된 상황에서 득표율 22.9%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집권하려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초 전 총리가 구성하려는 연립정부의 성격이 아직 불분명하지만 선거 기간에 친러 기조를 내세웠던 사회민주당이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슬로바키아의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피초 전 총리는 총선 승리 후 첫 일성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1일 재확인했다. NYT는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가장 먼저 제공한 국가라는 점에서 변화가 극명하다"고 짚었다.

NYT는 슬로바키아의 이번 총선 결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9개월 동안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온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군사 지원을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보다 국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피초 전 총리는 1일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미국 방문에서도 변화된 기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NYT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는 것을 거부했으며 우크라이나 군사 전략을 두고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 긴장이 표면화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수십 년 동안 가혹한 공산주의 통치를 견뎌 반러시아 정서가 팽배했던 중부 유럽에서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크 루프닉 파리정경대 교수는 전쟁의 피로도가 "현재로서는 서유럽보다 중부 유럽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는 "문 앞의 위협이 반드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글로브섹이 올해 3월 중부 유럽과 동유럽에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쟁의 일차적 책임이 서방 또는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생각하는 슬로바키아인이 51%나 됐다.

전쟁 중 15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일 정도로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폴란드도 최근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하며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달 15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으로 분류되는 집권 법과정의당(PiS)이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럽 통합이 약화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서유럽에서도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하는 비율이 프랑스 52%, 독일 4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 리투아니아 등의 국가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강력한 지지를 나타냈다.

루프닉 교수는 "우리는 (사람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를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면서 "제발 푸틴과 (종전) 합의를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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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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