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셀프주유소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했지만, 흡연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에 따라 주유소에서 라이터를 사용하지는 못하게 돼 있지만, 흡연은 가능한 상태여서 법령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29일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등에 따르면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은 주유소에서 라이터 같은 불꽃을 발하는 기계·기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소방청은 이 규정을 근거로 지난 6월 전국 셀프주유소에 대해 불시 소방검사를 하고 사고 예방과 초기 대처 요령 등을 지도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말 기준 셀프주유소는 5천272곳으로, 전국 주유소 1만1천878곳 가운데 44.4%에 달한다.
하지만 시행규칙은 주유소 내 라이터 사용만 막고, 흡연 자체는 금지하지 않아 휘발유를 넣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못 하게 할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라 LPG 충전소에서 흡연이 금지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유소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규정되는 금연구역도 아니다. 복지부 소관인 이 법이 안전이 아닌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춘 법률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지방자치단체가 특성과 여건에 따라 조례를 통해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 하지만, 그 목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 증진'을 들고 있다.
이처럼 주유소 내 흡연을 막을 법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셀프주유소 내 흡연은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2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셀프 주유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최근에도 20대 추정 남성이 셀프주유소에서 흡연을 하다가 만류하는 주유소 사장에게 욕설을 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기온이 오르면 휘발유의 유증기(기름이 기화하여 증기가 된 것) 발생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화재·폭발 사고가 우려된다"며 "현재 어떤 법률도 주유소 흡연 금지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아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는 주법에 따라 급유탱크로부터 20피트(약 6.1m) 이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꽃을 사용하면 3급 경범죄로, 이로 인해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면 1급 경범죄로 처벌한다.
싱가포르 법률은 주유소에서 흡연하면 거액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