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쇼 호스트로 연 3천억 넘는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리자치(李佳琦)가 생방송 도중 시청자를 비방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한때 화장품 판매 사원이었던 지라치는 2016년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 립스틱 판매로 수억 위안의 매출을 올려 '립스틱 오빠'라는 별칭을 얻으며 최고의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인플루언서)으로 떠올랐다.
2021년 한 해 그가 벌어들인 순수입은 18억5천530만위안(약 3천400억원)으로, 중국 쇼 호스트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2일 중국중앙TV(CC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리자치는 지난 9일 라이브 커머스 도중 한 시청자가 79위안(약 1만4천원)인 아이브로우 펜슬이 너무 비싸다고 한 것에 '악담'으로 맞섰다.
그는 "계속 이 가격에 판매했는데 뭐가 비싸냐"며 "눈 뜨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때로는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수년 동안 월급이 올랐는지 안 올랐는지, 열심히 일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웨이보와 바이두 등 포털에서 관련 해시태그가 연일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조회 수가 14억6천만 건에 달하는 등 화제가 됐다.
가뜩이나 현재 중국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돌 정도로 팍팍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이 이 사실에 격분해 해당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열심히 일해도 많은 돈을 못 벌고, 아무리 애써도 취업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밑바닥에서 어렵게 돈을 벌던 과거를 잊었느냐"고 성토했다.
3천43만명에 달했던 그의 웨이보 팔로워 수는 하루 만에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이에 그는 11일 생방송을 통해 울먹이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며 "팬들의 지지로 여기까지 왔는데 실망하게 해 죄송하다. 내가 누구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리자치는 톈안먼 시위 33주년을 하루 앞둔 작년 6월 3일 탱크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다 갑자기 방송이 중단된 뒤 석 달간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홈쇼핑의 유명 쇼호스트 중 일부가 생방송 중 욕설을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 개그맨을 언급해 무기한 출연 정지를 당하는 등 사실상 퇴출당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