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의 가장 큰 조력자로 부상해 위성기술과 양국간 군사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와 엘런 김 CSIS 선임 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CSIS 산하 북한 전문매체 '분단을 넘어'에 게재한 논평에서 "북러 협력이 재래식 무기거래와 식량·에너지 원조를 넘어서 위성, 핵추진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 첨단 기술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조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협력이 확대되는 것이 명백히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작년 3월 소집된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사태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며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두둔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전쟁 빌미가 된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의 '독립'을 승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지위를 지렛대 삼아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의 징벌적 조처를 2년째 가로막는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해 왔다고 차 부소장 등은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 7월 25∼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은 양자 협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반영한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런 쇼이구 장관과 1대1로 면담하고 군사전시회를 함께 둘러보는 등 "이례적으로 눈에 띄게 VIP 대우를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북한-러시아 국경을 가로지르는 철도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CSIS는 지적했다.
북한은 작년 11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휴대용 로켓과 미사일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해 11월 말과 12월 중순 촬영된 양국 국경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철광석과 석유, 식량이 실린 열차 다수가 찍혔다는 것이다.
차 부소장 등은 "이러한 연계 강화는 단발성의 무기·식량·에너지 거래를 넘어 최근 북한 대륙간탄도탄(ICBM) 역량이 진전한 것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더욱 강력한 미사일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쇼이구 장관의 방북 직후 김 위원장이 대구경 방사포탄과 미사일 공장 등을 잇달아 시찰한 뒤 만족감을 드러내고 전략 순항 미사일 등 여타 무기체계도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라고 지시한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차 부소장 등은 "전체적으로 볼 때 오늘날 러시아는 심지어 중국조차도 뛰어넘는 북한의 가장 큰 조력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은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모두에서 안보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면서 "북한 재래전력의 진전이나 현대화를 위한 러시아군의 기술적 지원조차도 김 위원장이 더 강압적으로 변하거나 치명적 무력 사용을 선택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