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장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6일 국내에 출간된 가운데 전작보다 월등히 높은 예약 판매량을 보여 '하루키 신드롬'이 다시 시작될 지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 책의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 일제히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전작 '기사단장 죽이기 1'의 동일 기간 예약 판매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며 "예약판매 기간 중쇄를 결정하고 지난 4일 3쇄 제작에 돌입했다. 출간을 앞두고 전국 서점에서 주문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43년 전 하루키가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한 중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을 토대로 쓰였다. 하루키는 이 작품을 쓸 당시 도쿄에서 재즈 카페를 운영하며 글을 써 집필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스스로 돌아볼 때 충분한 필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루키는 코로나19로 사람 간에 경계심과 벽이 생기던 2020년 40년간 묻어둔 미완성 작품을 다시 꺼내 3년간의 집필 끝에 장편으로 매듭지었다. 그는 작가 후기에서 40년 전 작품을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이 작품(중편)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며 "그것은 역시 나에게(나라는 작가,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가시였다. 40년 만에 새로 쓰면서 다시 한번 '그 도시'에 돌아가 보고 그 사실을 새삼 통감했다"고 말했다.
신작의 첫 문장은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로 시작한다. 30대의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그가 말한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하루키는 지난 4월 미국의 한 강연에서 신작을 언급하며 "주인공은 벽에 둘러싸인 조용한 거리 속에 있어야 할지, 벽 밖으로 나와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할지 결단을 고민한다"며 자신도 이야기를 어떻게 결론 낼지 고민하며 썼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변화와 혼돈의 시대인 1990년대에 하루키의 책을 읽는 것은 청춘의 상징이었다"며 "30년 전 '하루키 신드롬'의 중심에 있던 40~50대에겐 '거장의 귀환'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꿈의 상실로 고민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소구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설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돼 40만부가 판매됐으며 오리콘차트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일본 서적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