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떠나 5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친모가 아들 사망 후 보험금을 챙기려고 나타나 소송을 걸자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친모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고법 2-1민사부는 31일 오후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친모 A씨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아들인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23일 어선을 타다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나 실종됐다. 사고 이후 고인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3천여 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천만원 등 3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듣고 나타난 A씨는 민법의 상속 규정을 내세우며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김종안 씨의 사망 보험금 2억3천여 만원에 대한 청구권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고인이 2살이던 54년 전 사라진 뒤 지금까지 연락 한 번 없이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이날 선고 이전에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A씨에게 김씨 사망 보험금의 일부인 1억원을 고인의 친누나인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A씨는 이조차 거부했다.
선고 직후 김종선 씨는 "너무 참담하다. 우리는 동생 시신을 찾지도 못하고 있는데, 2살 때 동생을 버린 생모를 법원이 인정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 진행 과정에서 친모 측이 동생의 집과 자산을 본인들 소유로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걸 안 날 그 사람들을 다 죽이고 나도 죽으려 했지만, 법을 바꾸려고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은 법적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며 "당연히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이같은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관련 법안을 내놨고,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이미 여러 법안이 국회에 올라왔으나 여야간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을 지켜본 '구하라법 통과 국민참여연대' 김노영 소장은 "구하라법이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데 오늘 판결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울분이 치솟는다"며 여야에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