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결국 관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이 바뀐다.
실제 만기는 50년이라도 DSR 계산 과정에서는 '4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가정하는데, 결과적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 "DSR 회피 목적 50년 주담대, 수요 원천 차단해달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판매한 카카오뱅크·NH농협은행·수협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의 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임원은 지난 30일 오후 금융당국이 주재한 가계대출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 관계자들은 가계대출 규제 방안의 하나로 50년 주택담보대출의 만기(50년)는 유지하되, DSR 산정 시에는 만기를 40년으로 간주해 계산해달라는 구두 지침을 전달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5대 은행 등도 지난달 이후 줄줄이 내놨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지침대로 은행이 DSR 산정 과정에서 50년이 아닌 40년 상환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지금까지 50년을 모두 적용하는 경우보다 전체 대출 한도는 상당 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 당국이 DSR 규제를 회피해 대출 한도를 늘리는 목적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수요를 원천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아울러 50년이 아닌 40년 적용 지침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모든 은행에서 시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국은 이 회의에서 50년 만기 대출 기준 변경뿐 아니라 금융권의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 노력도 당부했다.
특히 다주택자·집단대출 등의 부문에서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취급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전체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점 등 50년 만기 대출의 위험에 대해서도 대출자에게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 연봉 6천500만원 대출자, 한도 5억1천600만→4억8천100만원
A 은행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연 소득이 6천500만원(2023년 4인 가구 중위소득)인 대출자의 경우 'DSR 40% 이하' 규정에 따라 연간 원리금 상환 가능 금액은 2천600만원이 최대 수준이다.
이 대출자가 만약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기존 방식대로 DSR 산정 과정에서 만기 50년이 모두 인정되면, 대출 금리 4.5%를 기준으로 빌릴 수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5억1천600만원이다.
이때 월 상환액은 216만4천51원, 연 상환액은 2천596만8천612원으로 DSR은 약 40%가 된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대출자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새 방식에 따라 만기가 40년만 적용될 경우, 같은 금리에서 대출 최대한도는 4억8천1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기존 방식보다 약 7%, 3천500만원의 한도가 깎이는 셈이다.
새 방식에서 월 상환액은 201만7천265원, 연 상환액은 2천420만7천180원으로 역시 DSR은 약 40%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