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4일부터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체류하거나 관광하러 온 일본인들은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시내에서 만난 일본인에게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끼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호의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가도 후쿠시마 방류 얘기를 꺼내면 난처한 표정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규탄하고 반대하는 한국의 야당과 시민단체의 집회, 기자회견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길 꺼렸다.
어렵게 입을 뗀 일본인에게서는 한국인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일본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25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만난 일본 오사카시 공무원 가지와라(40)씨는 "(일본에서도) 후쿠시마산 생선이나 음식을 사는 건 늘 주저하게 된다. 한국인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 불가피하게 방류한다고 들었다"며 "불편하고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후쿠시마와 가까운 일본 센다이시에서 초등학생 남매를 키운다는 엔도 아야(46)씨 역시 "해산물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며 "지금도 후쿠시마산 해산물이나 음식은 사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가현에서 온 타니 아스카(20)씨는 "수질오염이 심해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해양생물도 힘들어할 것 같다"며 "방류 관련 뉴스에 시민의 걱정은 많이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전하다는 자국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는 의견과 함께 일본 정부가 소통에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일본 고등학생은 "(방류 때문에) 일본 어민들 수입이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해산물을 먹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여행 왔다는 유키코 오쿠노(45)씨는 "(후쿠시마와 떨어진) 도쿄에 살아 크게 걱정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정부가 방류를 결정할 때 더 많이 소통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같이 엇갈리는 한국내 일본인들의 의견은 일본 내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 1천42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방류 계획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53%였고 반대한다는 41%였다.
오염수 방류가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타니씨는 "충분히 한국인들이 불쾌할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말했다.
엔도씨는 "양국 간 정부의 문제로 시민들 사이에서는 관계가 악화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오염수 방류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벌어졌던 불매운동 '노노재팬' 캠페인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방류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잘 소통하지 않은 점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기 때문에 곧바로 반일 감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기시다 내각과 일본 국민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듯하다"며 "일본 국민 안에서도 불안해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설명했다.
일본 고베주재 한국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전공 교수는 "환경 또는 건강 문제와 소비재로서의 일본은 다를 수 있다"며 "최근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여행을 많이 가는 등 (불매운동이) 무뎌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