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발병 양상이 소득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극저소득층에 계속 머무는 사람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지속해서 고소득층인 사람보다 최대 5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성수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남가은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12년 당시 제2형 당뇨병이 없었던 30~64세 성인 782만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소득 수준의 변화와 당뇨병 발병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소득 수준의 변화에 따라 의료급여그룹(극저소득 그룹), 지속적인 저소득 그룹, 소득 증가 그룹, 소득 감소 그룹, 지속적인 고소득 그룹으로 나눠 평균 5년 동안의 그룹별 당뇨병 발병 위험도를 평가했다. 소득 수준 변화에 대한 평가는 매월 납부하는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결과 그룹별 당뇨병 발병 위험은 5년 연속 극저소득인 그룹이 가장 높았고, 5년 연속 고소득인 그룹이 가장 낮았다.
연구팀은 5년 동안 저소득 그룹에 머물렀던 사람의 당뇨병 발병 위험이 저소득 그룹에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사람에 견줘 22%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극저소득 그룹에서는 같은 비교 조건에서 당뇨병 발병 위험이 57%까지 치솟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5년 동안 소득 감소 횟수가 많을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도 관찰됐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소득이 증가한 그룹에서는 초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이 나온 배경 중 하나로 저소득층에서 재정적 어려움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이 생기기 쉽다는 점을 꼽았다. 재정적 어려움을 많이 겪을수록 담배를 피우거나 신체 활동이 부족해지는 등의 건강 유해 습관을 지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음식 소비에서도 섬유질이 풍부한 영양 식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칼로리 및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의 섭취가 많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감소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객관적인 소득 지표인 국민건강보험료를 이용해 소득 수준과 그 변화에 따른 당뇨병 발병 위험을 처음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소득 수준에 따른 당뇨병 발병 위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