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아예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고, 금융소비자들은 미리 대출을 받아 두려고 하면서 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신기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은행들 가운데 판매를 중단한 곳들이 꽤 있습니다. 이렇게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라고 보고 규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시중은행들이 최근에 내놓은 50년짜리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과잉 대출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최근 넉 달간 가계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었고 7월 증가폭은 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가계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는데 이에 대한 원인을 찾던 당국이 은행의 장기 주담대를 핵심 원인으로 보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서 점검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당국이 규제를 시사하면서 50년 주담대 받아두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요?
<기자>
대출 수요자들 당국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주담대 받기 위해 몰리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출시 이후 이달 21일까지 총 2조 4,945억원의 대출이 이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15%인 3,742억원이 17일부터 그러니까 당국이 장기 대출 규제하겠다고 시사한 이후부터 21일까지 영업일 기준 3일간 이뤄진 대출입니다.
규제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 두겠다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몰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장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니까 규제를 하겠다는 건데 사실 장기 대출상품은 차주들 상환 부담 줄이자는 금융정책 방향에 따라 만들어 진 것 아닌가
요?
<기자>
맞습니다. 정책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 지난해 4월과 5월 잇따라 40년만기 주담대 상품들을 내놓았습니다.
은행별로 현재까지 2조원에서 많게는 15조원 이상 대출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지난해 6월에는 정부가 상환기간을 더 늘린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했고, 올 1월에 또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았습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부담 줄인다는 취지로 정부가 앞장서서 장기 정책대출 상품을 만든 겁니다.
<앵커>
그런데도 은행들이 내놓은 대출 상품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고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장기 대출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기자>
집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로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체가 발생하면 근저당권 설정한 은행은 집을 경매처분을 할 수 있고요.
또 애초 대출을 해줄 때 LTV 규제로 대출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값이 급락하지 않는 한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한 부실우려도 적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처럼 장기 모기지론 상품이 있지요?
<기자>
해외 각국에서도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원리금상환부담 증가, 기대수명, 은퇴연령 증가 등으로 주담대 만기를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일본은 최장 50년까지 만기가 연장되는 주담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국가의 경우는 만기가 긴 모기지들이 많은데요. 영국은 40년, 스페인과 프랑스, 포르투갈에서는 50년, 핀란드 60년, 스웨덴에서는 105년 만기 대출 상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앵커>
고금리에 대출자들의 부담 줄이기 위해 등장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일방적인 규제가 능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였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