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 동맥인 파나마 운하가 가뭄으로 낮아진 수위 탓에 선박 통행을 제한하면서 통항 대기 선박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병목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벌써 물류비가 뛰어 오르는 등 후폭풍이 시작됐다.
파나마운하청은 10일(현지시간) 파나마운하 네오파나막스 화물 선박(2016년 6월 파나마운하 확장 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흘수(물속에 잠긴 선체 깊이)를 앞으로 수개월간 13.41m(44.0피트)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중순 13.72m(45.0피트)와 비교해 0.31m 감소한 수치다. 네오파나막스 최대 흘수는 고정적이지 않으나,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파나마운하청은 그 원인을 '가뭄에 따른 가툰호수 수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나마 운하를 구성하는 가툰 호수는 선박 흘수 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파나마 지역 강수량이 늘기는 했으나, 중미 국가 기후를 건조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엘니뇨 영향으로 파나마 운하 운영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파나마운하청은 또 지난 달 30일부터 통항 선박 총수를 평상시 하루 36척에서 32척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항 선박 신규예약 건수도 오는 21일까지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파나마 운하 주변에는 현재 컨테이너선 160여척이 통항을 위해 대기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평소 대기 선박 수 90여척 대비 80%가량 많은 상황이다.
중남미 지역 해상정보 전문 매체인 '문도마리티모'는 현재 선박당 15∼19일의 통항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고스란히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물류정보업체 프레이토스의 지난 1일 기준 주간 해상 컨테이너 운임지수(FBX)는 아시아∼미국 동부(USEC) 기준 3%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ACP청장은 지난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항 제한의 경제적 영향이 오는 10월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운하 이용 선박의 70%는 미국으로 가거나 미국에서 출항하는 배들이다. 현재 미국 내 대형 유통업체들인 월마트나 아마존, 타겟 등은 겨울 휴가철 세일을 겨냥해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파나마운하 통항이 지연되자 선주들과 유통업체들은 대체 항로를 모색해야 하는 실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파나마운하 선박 정체가 2021년 수에즈운하에서의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때만큼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