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비침체로 유통업계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올해 2분기 또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로켓배송 상품군이 대폭 확대됐고 OTT서비스나 음식배달 할인 등 회원들의 혜택을 강화하면서, '락인 효과'가 더욱 견고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2분기 쿠팡에서 한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1,971만 명.
고물가로 소비가 둔화됐지만, 쿠팡의 활성 고객 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며 2천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패션, 뷰티 등으로 로켓배송 카테고리를 더욱 확장한 덕에, 이들이 쓴 돈도 지난해보다 5% 늘었습니다.
[김범석 / 쿠팡InC 의장: 이번 분기 매출과 활성 고객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등 '플라이휠'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로켓배송에 진출한지 몇 년 밖에 되지 않은 패션과 뷰티도 전체 비즈니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상품군 확대에 더해 차별화된 멤버십 혜택을 또 다른 성장 비결로 꼽았습니다.
쿠팡은 지난 2019년부터 무료 배송 멤버십을 시작으로 신선식품 배송, OTT 무료 서비스, 배달 10% 할인 등 10여 개 혜택을 추가하며,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서야 여타 유통사들이 유료 멤버십을 강화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실제 올해 2분기 국내 유통시장이 3% 성장하는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쿠팡의 매출은 21% 늘었습니다.
김범석 의장은 "3년내 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라고 진단하며,
멤버십 강화와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앞으로도 지속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매 분기 적자를 면치 못하던 만년 적자기업 쿠팡이 이제는 흑자가 당연한 수익 기업으로 탈바꿈한 모습입니다.
이 내용 산업2부 유오성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던 쿠팡이 흑자 구조로 돌아섰다는 것은 이제는 나가는 돈 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거잖아요.
몸집을 먼저 불리는 계획된 적자 전략을 고수했던 만큼 덩치도 커졌을텐데, 다른 유통사들과 비교해보면 실제로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쿠팡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이 전년 보다 21% 늘어난 7조6,74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 증감률이 대형마트 1.8%, 백화점 0.9%, 편의점 9.5% 등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쿠팡이 괄목할 성장을 이뤄낸 건데요.
김범석 의장이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쿠팡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거라는 이른바 플라이휠 현상을 강조했잖아요.
실제로 쿠팡은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쿠팡에 밀리며 2위로 물러섰고, 다가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보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소비 불황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쿠팡만 성장한 거네요.
[기자]
국내 유통경기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소비 불황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이나 숙박 등 민간이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나타내는 항목인 민간 소비는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1% 줄었습니다.
지난 1분기 민간 소비가 0.6% 소폭 늘며 반등의 기미를 보였지만 한 분기 만에 소비 심리가 다시 꺾인 건데요.
불황이라 다른 유통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쿠팡은 유료 멤버십을 통한 락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이러다보니 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진 모습입니다.
가입비 이상의 혜택을 내세워 충성 고객을 묶어 둘 수 있는 유료 멤버십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인데요.
신세계그룹은 기존에 운영하던 이커머스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 계열사를 더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범시켰습니다.
컬리도 매월 이용료 1900원을 내면 적립금 2000원과 최대 2만4000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컬리멤버스를 이달 출시했고, 쿠팡도 이에 맞서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할인 혜택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앵커]
저렴한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다보니 유통사를 넘어 제조사들도 쿠팡을 두려워하고 견제하는 쿠팡 포비아 현상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기자]
대표적인 것이 CJ제일제당과 쿠팡 납품가 갈등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쿠팡은 햇반 등 CJ제일제당 일부 제품 발주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물건을 대량 구매하니 좀 더 싼 값에 납품해달라는 쿠팡과 다른 업체와 형평성을 고려해 그럴 수 없다는 CJ제일제당이 맞부딪힌 건데요.
물 밑 협상은 지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벌써 반년이 넘게 CJ 제품은 로켓배송 이용이 제한된 상탭니다.
이보다 앞서 2019년 쿠팡은 LG생활건강과도 같은 이유로 발주를 중단했고요. 또 최근에는 존슨앤존슨, 유니레버 같은 다국적 기업들과도 납품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납품가로 갈등을 빚는 것 외에 사업 확장에도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CJ올리브영이 중소 화장품 제조사의 쿠팡 납품을 막았다며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업체들과 갈등이 장기적으로 보면 쿠팡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분기 흑자를 내고 있지만 쿠팡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14년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그렇게 쌓인 누적 적자 규모만 6조원에 달합니다.
쿠팡이 분기 흑자를 내기 시작했지만 1천억원 대 규모잖아요. 단순 계산해보면 지금까지 쌓인 적자를 털어내는데 적어도 15년이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쿠팡이 자체 상품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본질은 온라인 유통회사 잖아요. 소비자들은 쿠팡이 좋은 상품을 싸게 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지갑을 여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쿠팡이 제조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이들이 쿠팡에 등을 돌린다면, 상품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쿠팡을 떠나 다른 곳을 찾을 수 밖에 없겠죠.
지금이야 쿠팡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보니 제조사들도 쿠팡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좋은 공급처를 잃게 된다면 쿠팡의 발목을 잡을 거란 분석입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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