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 그룹(SBG)이 비전 펀드의 흑자전환에도 지난 2분기 대규모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그룹은 8일 공시를 통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연결기준 4,776억엔(약 4조 4천억원)의 적자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록적 손실인 3조 1,627억엔(약 30조) 적자보다 완화된 수치이지만, 리피니티브 애널리스트 전망치 평균인 750억엔 순익에는 못 미쳤다.
그룹의 주요 사업부문으로 손정의 회장이 사우디 공공투자기금과 함께 조성한 비전펀드는 지난 분기 세전 610억 엔(약 5,600억 원)으로 6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같은기간 2조 3,307억 원(약 21조 4,400억 원)의 적자를 낸 뒤 대규모 투자 손실로 고전해왔다.
소프트뱅크는 기술주 급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알리바바 지분을 덜어냈으나, 미실현 평가손실이 5,534억 엔(약 5조 1천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의 실적 호전과 동남아 차량 공유업체 그랩홀딩스의 주가 상승으로 비전펀드 수익을 만회했다.
비전펀드의 이러한 흑자 전환에도 소프트뱅크 그룹은 영국 반도체 설계부문 Arm과 스마트폰 결제업체 등 자회사에 대한 투자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데다, 엔화 약세 등으로 분기 적자를 지속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토 요시미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결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투자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방어 모드'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손 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방어'에 집중했습니다. 3년 전에는 보유 현금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어 모드에 집중한 덕분에 보유 현금을 5조 엔(353억 달러)으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면서 "이제 공격 모드로 전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6년에 인수한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기업공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Arm을 엔비디아에 390억 달러(약 51조 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경쟁과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규제 당국의 반발에 부딪혀 차선책을 모색해왔다.
한편 소프트뱅크 그룹은 비전펀드 외에도 투자 활동을 늘려 지난 분기 그룹과 완전자회사에서 전략 투자를 중심으로 총 1,200억 엔(약 1조 1천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