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경영공백을 이어온 KT의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낙점된 가운데 그는 업무를 파악하며 주주총회 준비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일정 없이 발언을 삼가며 '정중동'(靜中動) 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자가 지난 주말 KT 각 사업부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업무 파악을 시작함에 따라 본격적인 업무 인수를 위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도 조만간 시동을 걸 전망이다. 정식 선임 절차를 위한 임시 주총은 이달 30일로 예정되어 있다.
김 후보자는 외부에 공개되는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는 최종 후보로 내정된 지난 4일 오후 KT를 통한 공식적인 소감을 내놓지 않았고, 당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도 "주총 후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는 LG CNS와 LG유플러스 등 LG에서만 수십 년간 일했고, LG유플러스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하는 등 업계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권 카르텔'로 비판받았던 KT 내부 인사가 아니라 LG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 인사이자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이 최종 후보자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LG에서도 조직구조 효율화와 체질 개선 작업에서 성과를 낸 바 있어 업계에서는 그가 차기 대표이사가 되면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KT는 김 후보자의 '러닝메이트' 격인 사내이사 후보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을 내정했다. 1967년생인 서 부사장은 KT 내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네트워크 장애 당시 사고 수습을 맡았으며, 이어진 조직개편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구현모 전 대표의 숨은 측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윤경림 전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서도 사내이사 후보로 송경민 KT SAT 사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통신업계에서는 김영섭 후보자가 핵심 사업인 통신·네트워크 부문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는 기술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최고 의사결정 라인에 내부 전문가 한 명은 남겨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와 서 후보자는 이달 하순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의 찬성표를 받으면 정식으로 선임된다. 이들의 임기는 2026년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