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으로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4일 오전 10시45분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 상가에서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9분께 "고속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보안요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소지해 보안요원을 협박했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서 흉기 2개를 압수했다. A씨는 가방 안에 장난감 총도 가지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보안요원은 "남자가 박스에서 칼을 꺼내 자기 목에 겨누며 자해하려는 듯 행동해 다른 보안요원에게 무전기로 공유했다. 무전 소리를 들은 남자가 박스 안에 칼을 집어넣고 갑자기 뛰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고 A씨가 보안요원 진술과 같은 행동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A씨가 흉기로 남을 위협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이모(60)씨는 "흉기를 들고 자해하려는 것 같았다. 가방 안을 보니 공구 같은 게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요셉(32)씨는 "A씨가 별로 저항하지 않았다. 경찰이 남성의 소지품을 확인한 뒤 연행했다"고 전했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온라인 상에는 경찰이 A씨를 체포하는 모습이 담긴 43초 길이의 영상이 퍼졌다. 영상 속에는 흰 셔츠에 검정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A씨가 경찰에 둘러싸여 바닥에 주저앉아있다.
경찰은 "확인 좀 할게요. 칼 어디 있어요?"라고 묻자 A씨는 "저 박스에 있어요, 박스. 호신용으로"라고 답했다. 경찰이 바닥에 있던 스팸 상자를 열자 식칼로 추정되는 흉기가 나왔다.
"흉기를 들고 다녔냐"는 경찰의 물음에 A씨는 "아니요. 들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넣어 놓기만 했어요"라고 답했다. 경찰이 들고 다니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재차 추궁하자 "제가 너무 힘들어서"라고 했다. 흉기 말고도 체포 당시 바닥에는 장난감 총으로 보이는 물건도 발견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흉기의 출처와 스스로 겨눈 이유 등을 추궁하는 한편 의료기록 등을 확보해 범행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