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폐사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용산구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폐사한 고양이 두 마리가 고병원성 AI(H5N1형)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날에는 관악구 소재 동물보호소에서 기르던 한 마리가 '양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5일 용산구 보호소 감염 사례의 경우 검사를 통해 확진된 것은 두 마리지만, 같은 기간 총 38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져 '집단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관악구 사례 역시 호흡기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은 한 마리만 검사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외 감염 동물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확진 사례가 추가로 보고되자 방역 조치를 강화해 서울시 전역의 길고양이에 대해 AI 감염실태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사 수 증가에 따라 추가 감염 사례는 더 나올 수 있다.
국내에서 고양이의 고병원성 AI 확진이 보고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일각에선 고양이를 통해 사람으로 AI가 전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현재로선 이런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H5N1형의 경우 조류에서 고양이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당국은 고양이 접촉자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질병관리청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접촉자를 대상으로 증상 발현 여부를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관찰한다.
환경부와 농식품부는 8월 한 달간 AI 발생 지역과 인근 철새 도래지 등을 중심으로 야생조류 90마리를 포획해 검사하고, 분변 검사 100건을 진행한다. 포획 검사는 기존의 약 3배, 분변 검사는 4배로 확대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2021년 말부터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며 포유류에서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작년 이후 스페인, 미국 등 10개국에서 포유류의 AI 감염 사례를 보고했다.
WHO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포유류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AI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AI 발생과 관련해 모니터링과 정보 공유를 강화해달라고 각국에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