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로 세계 각국에서 기록적 폭염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폭동과 사회불안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사회불안이 커지는 경향은 역사적으로도 입증이 됐는데, 거기다 식량위기와 고물가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친 상황이다.
위기관리 자문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래프트는 올해 3분기 글로벌 사회불안 지수가 201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이 업체의 히메나 블랑코 수석 분석가는 폭염과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면서 "높은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작년 한때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물가 폭등 현상이 최근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올해 6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식료품 가격은 작년 대비 각각 17%, 14% 올랐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 이집트는 무려 65%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17일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해 온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했고, 20일에는 폭우 피해를 입은 인도가 쌀 수출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非)바스마티 백미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가뭄 영향으로 미국산 옥수수 재고가 6% 감소하고, 올해 호주산 보리와 밀 수확량이 34%와 30%씩 줄 것으로 추산되는 등 여러 지역에서 흉작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옥수수와 쌀, 밀에 섭취 열량 대부분을 의존하는 개발도상국 저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곡물 가격이 이른 시일 내에 내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더욱 굶주리게 될 것이며, 이들의 불만이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농업 생산량과 별개로 더운 날씨 그 자체가 사회불안 악화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2013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 결과를 보면 기온 편차치가 장기 평균치보다 단 1만 높아도 소요 발생 빈도가 15%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역대 가장 더운 6월이었던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측정된 지구 평균 기온의 편차치는 1980∼2000년의 기온 평균치보다 4∼6이나 높으며, 이를 앞선 연구에 대입해 보면 폭력적 사회불안 발생 빈도가 50%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케냐와 인도, 이스라엘, 남아공 등지에선 이미 사회불안이 끓어오르고 있다"면서 올해는 '길고 더운, 불편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