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돈이 있는데 상대방이 제때 알아서 주지 않으면 결국 법원의 소송절차를 통해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송도 공짜는 아니다. 돈 얼마를 달라고 하는 소송이라면 그 청구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인지대가 들고, 내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상대방에게 보내기 위한 송달료도 든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감정료 같은 소송 경과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큰 사건의 경우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으니 변호사 비용도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비용들을 소송비용이라고 한다.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아 억울할 당사자로서는 국가기관에 호소하는데 또 돈이 들어간다니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인 법원 입장에서는 따져보기 전에는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으니 소송의 문턱을 낮춘다고 무료로 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한다면 어디 하나 얻어걸려라 식으로 남발되는 소송을 처리하느라 정말 권리구제가 필요한 사건을 신중히 심리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니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는 소장에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청구를 함께 쓰고, 이에 대응하는 피고 역시 답변서에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써서 서로 소송비용을 물리려 하는 것이고, 법원 역시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소송의 구체적인 경과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위해 나누어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원칙은 '패소자 부담주의'다.
그렇다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이상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지언정 결국 승소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소송비용까지 받게 될 테니 해 볼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이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액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은 소송비용으로 인정하는 변호사 비용의 범위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대법원 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서 청구 금액, 심급 등에 따라 소송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변호사 비용을 상세히 규정했다.
예를 들어 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면, 민사 본안 1심 기준 “2,000만원을 초과하여 5,000만원까지 부분”에 해당하므로, 200만원 + (4,000만원-2,000만원) × 8/100 = 360만원이 소송비용으로 인정되는 변호사 비용이 된다. 실제 변호사 비용으로 500만원을 냈다고 하더라도 소송비용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금액은 360만원이 한도인 것이다.
앞서 법원이 소송비용을 무작정 무료로 할 수 없는 이유처럼 변호사 비용도 다른 소송비용과 같이 패소자에게 전부 부담시키는 경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러한 제한은 필요하다고 보인다. 사건의 규모에 비해 불필요하게 고액의 변호사 비용이 지출된 사건의 패소자가 민사소송임에도 사실상 징벌적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던가, 당사자와 변호사가 소송비용을 부풀려 상대방으로부터 뜯어내기 위해 허위의 위임 계약을 꾸민다던가 하는 경우까지도 우려해 볼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야 소송을 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소송비용에 관한 규정을 잘 파악한다면 내가 소송으로 청구하려는 금액이 얼마인지, 일단 소송비용으로 얼마가 들어갈지, 승소하면 소송비용 중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를 따져보고 적절한 비용의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있다. 정말 당장 소송비용을 내기조차 막막한 상황이라면 법원의 소송구조제도나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있으니 이러한 부분도 적극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법원 국선변호인(2023), 서울고등법원 소송구조(2023), 서울남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북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2023),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