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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 동결…금융안정·가계부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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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슈플러스 시간입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 나와있습니다. 오늘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했는데 또 동결이었죠?

<기자>
네, 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했습니다. 지난 2월 회의 이후 네 번째 동결인데요. 오늘은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금융안정과 가계부채’ 사이에서의 통화당국의 딜레마를 다뤄보겠습니다.

<앵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7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한미간 금리차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오늘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이유,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기자>
네, 오늘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요. 무엇보다도 한은의 1순위 정책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지금 화면에 나오는 그래프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잡히고 있는 가운데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습니다. 1년 9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건데요. 또 하나 특징적인 점은 근원물가 상승률입니다. 지난달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는데요. 그동안 4%에서 경직적인 흐름을 보이던 근원물가 상승률도 본격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에 앞서 리포트에서 살펴봤듯, 어젯밤 나온 미국 6월 CPI도 예상치를 밑돌았거든요. 한국은행으로선 물가에 대한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물가는 어느 정도 잡혔으니, 금리 결정의 중심축이 이제 '경기' 쪽으로 옮겨간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부진한 것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수출과 내수 모두 회복이 지연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상저하고’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작다는 점이 문제로 꼽힙니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거든요. 여기에 더해 이른바 ‘새마을금고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점도 한국은행으로서는 부담입니다. 최근 부동산 PF가 문제가 된 이유를 보면 기본적으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됐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국은행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시장의 연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기자회견에서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부동산 PF 위기에 대한 질의응답도 있었다던데, 이창용 총재는 어떤 답을 내놨습니까?

<기자>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부터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상호금융권이나 저축은행, 여전사 같은 2금융권을 ‘약한 고리’로 지적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창용 총재도 “부동산 레버리지가 크기 때문에 조정하는 과정이 아무 문제 없이 순탄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는데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 문제가 발생한 것과 달리, 지금은 특정 업권에 위기가 몰린 게 아니라 개별 기관에 흩어져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새마을금고도 이번주 들어 많이 안정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요. 일부 금고나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순 있겠지만 금융시장 전체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봤을 땐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여지는 적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기자>
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금리를 반드시 올릴 거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야말로 가능성을 열어둔 건데요. 아무래도 가계부채와 환율 불안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가계부채부터 살펴보죠. 연초 감소세를 보이다가 최근 증가세로 전환했다고요?

<기자>
네, 어제 한은은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5조9000억원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7조원가량 늘었는데, 증가 폭이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입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그야말로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데요.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102%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오늘 이창용 총재도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80%까지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이창용 총재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가 완만한 하락세를 갖고 연착륙하도록 하는 걸 통화정책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대응하자는 게 금통위원들 생각입니다.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한다든지 여러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앵커>
환율 문제도 짚어보죠. 연준이 7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차는 더 벌어지는데 환율 불안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입니다. 이미 역대 최대폭으로 벌어졌지만 연준이 7월 FOMC에서 금리를 25bp 인상하면 2.0%포인트까지 벌어지는데요. 이창용 총재는 “한미 금리차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라면서 환율 불안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금리 격차가 2.0%포인트에 이르러도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원화 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미 시장에 한미 금리차에 대한 예상이 반영돼 있다는 겁니다. 다만 금리차가 2.0%포인트보다 더 벌어질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원·달러 환율이 14.7원가량 내렸는데, 어제 미국 6월 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이 2회 인상까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은 건데요. 그런데 이창용 총재는 “미국 CPI가 다시 튀어오를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즉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금리차와 외환시장 불안이 금리 인상 요인”이라고 콕 짚어 얘기했습니다.

<앵커>
금리 인상도, 인하도 쉽지 않으니 당분간 동결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시장과 다수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차가 더 크게 벌어지기 때문인데요. 현재로서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한은도 이에 맞춰 내년 상반기에 인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또 한은에서는 지난달 2.7%까지 내려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이후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3% 내외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한은의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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