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한국경제TV는 국내 철도 물류의 핵심 기지인 의왕ICD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전해드렸는데요.
후속 취재 결과, 의왕ICD 부지를 보유한 코레일이 기존 물류 기업과 이른바 '깜깜이' 계약 연장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철도 물류 활성화는 요원해졌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물류 적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효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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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993년 철도청이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의왕ICD 내륙 콘테이너 기지.
개장 당시 철도청과 주요 물류기업은 30년 점용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이 오는 30일 종료됩니다.
철도청에서 전환한 코레일이 다음 입주자를 찾는 입찰공고를 내야 하는데, 계약 만료가 이틀 앞인데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취재 결과 코레일은 기존 입주 기업들과 3년 연장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른바 '깜깜이' 계약 연장인 셈입니다.
문제는 기존 입주기업이 30년간 코레일 땅을 저렴한 값에 쓰면서도 철도 물류는 도외시했다는 점입니다.
실제 의왕ICD에서 실어나른 철도 물류 실적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역성장 중입니다.
국내 철도 화물 기지 중 가장 큰 규모인 의왕ICD가 이렇게 운영되다보니, 국토부가 여러 차례 제시한 철도 물류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코레일이 기존 물류기업과 계약을 연장한 이유가 뭔지 살펴봤습니다.
의왕ICD의 물류 기업들은 30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코레일 측에 '입주 초기 설비 구축이 제대로 안된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 만료 시점은 6월 말이지만 추가적인 계약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의왕ICD 관계자: 계약서를 3년간 (연장하기로) 다시 썼어요. (초기) 조성 기간이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도 있고요…]
[취재기자: 그러면 빠져나간 업체는 아무 곳도 없어요?]
[의왕ICD 관계자: 네,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을 합니다.]
철도 물류 활성화에 나서야 할 코레일은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땅 주인 자격을 스스로 걷어찬 점도 문제입니다.
법적 다툼을 겪을 경우 우리나라 물류 체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주된 명분입니다.
특히 코레일은 연장 계약 기간 동안 얼마의 임대료를 받을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레일 관계자: 점용 기간이 남아 있냐, 안 남아있냐 쟁점 사항이 조금 있었어요.]
[취재기자: 분쟁이 있으면 법적으로 따져야지 당연히 거기가 알짜 부지인데 물류기업들은 어떻게든 안 나가려고 하겠죠.]
[코레일 관계자: 만약 법적 분쟁으로 가게 되면 철도 수송이 다 스톱이 돼야 해요. 그 대신에 (2026년) 이후에는 더 이상 권리 주장을 안 하는 것으로 협의를…]
코레일로서는 알짜배기 땅을 싼 값에 내어주고도 '철도 물류 활성화'란 성과도 달성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무려 3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물류기업에게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교훈 /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 공개적으로 입찰을 해서 어떻게 할 건지 (따져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밝히지도 않고 은근슬쩍 업자들하고 모여서 '골치 아프니까 연장하자'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건 일단 투명성이 없는 거예요.]
최근 7년 코레일의 적자는 약 2조 4천억원, 이 중 70%가 물류 부문에서 발생하는 상황.
철도물류 핵심 기지인 의왕ICD가 또다시 방치된다면 코레일의 대규모 적자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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