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료가 25년 만에 오를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때 충격을 받을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와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건강보험과 함께 대표적 사회보험이지만 가입 자격별로 보험료 부담 수준이 다르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보험료를 절반씩 나눠서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을 본인이 짊어져야 하기에 매달 내야 하는 사회보험료의 무게가 상당하다.
현재 지역가입자 대부분의 평균 소득은 직장가입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3일 연금 개혁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개혁방안을 도출하고자 정부가 가동 중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11차 회의 결과를 보면, 이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 중인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사각지대는 광범위하다. 2020년 12월 말 기준 18∼59세 인구 3천88만 명 중 40.9%가 공적연금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7.6%는 적용제외자이며, 10%는 납부예외자, 3.3%는 장기 체납자이다.
이들은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금액이 적어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우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진입 지연, 출산·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 실업, 고용불안·저임금, 폐업·휴업 등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사각지대를 초래할 다양한 위험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노후 대비에 취약한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간위원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올라갔지만,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율이 단 1∼2%만 올라도 감당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를 하지 못해 25년째 10% 벽을 넘지 못하고 묶여 있다.
이를테면 보험료율을 3% 포인트 올린다고 하면, 직장가입자의 경우 사용자가 1.5%포인트를, 노동자도 1.5%포인트를 반반씩 나눠서 내지만 도시 지역가입자는 3%포인트를 오롯이 부담해야 하니 국가는 뭘 하고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따라서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지역가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농어촌지역의 농어업인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기준에 준해서 도시 지역가입자에게도 보험료 인상분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는 특례 조치를 국가가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어민은 국민연금이 농어촌 지역으로 확대 시행된 1995년부터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보완 조치로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소득이 103만원 이하면 전체 보험료의 절반을, 그 이상은 일부 고소득·고자산가를 제외하고 103만원 기준으로 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책임진다.
결국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집단은 도시 지역가입자뿐이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현재 도시 지역가입자의 월 평균소득은 143만원으로 농어민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한다는 기본원칙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농어업인은 무려 30년 가까이 보험료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데 반해 도시 지역가입자는 한 푼도 보험료를 지원받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이번에 보험료를 올리면서 기업, 직장인, 도시 지역가입자, 국가가 공통으로 절반을 분담하자고 기획재정부가 먼저 제안한다면 보험료 인상의 첫 실마리를 열면서 사회적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위원인 이스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국장도 보험료 인상 때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소득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보험료 납부에서 제외되는 납부예외자와 체납자까지 포함할지 등 보험료 지원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