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주를 비롯한 기술주의 상승 랠리가 한 눈을 팔던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 덕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투자자들이 다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로 향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주식 시장 흐름을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올해 14% 상승하면서 선진국과 신흥시장 주식을 추종하는 지수(MSCI All Country World ex USA Index)의 8.5% 상승을 앞질렀다.
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오면서 주식 중심의 뮤추얼 및 상장지수 펀드들은 지난 14일로 끝난 주에 237억8000만 달러(31조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주간으로는 가장 많은 금액이며, 3주 연속으로 순유입액이 많았다.
금융시장 정보제공업체인 EPFR에 따르면 이러한 펀드들에서는 이전 21주만 하더라도 대부분인 17주 동안 자금이 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주간 순유출을 막 기록했으며, 연초 유입세 이후 지난 9주 중 5주 동안 순유출을 보였다.
유럽 펀드들은 14주 동안, 영국 펀드는 23주 동안 순유출을 기록했다.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펀드들은 미지근한 흐름세다.
외국의 주식 지수 역시 미국 증시에 뒤처져있다. 올해 멕시코의 S&P/BMV IPC 지수는 12%,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 지수는 8.1%, 상해종합지수는 4.9% 각각 올랐다.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약 1% 하락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가 몰리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수년 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술주의 선두 주자들을 사 모으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약 3배로 올라 시가총액 1조달러 넘어섰고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과 테슬라는 배 이상이 됐다.
또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로는 은행 부문 위기가 잦아든 것으로 보인는 데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큰 부담 없이 지출하고, 노동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의 중단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도 호재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보다 경제 규모가 5.4% 커졌다. 반면 유로존은 경기침체와 높은 에너지 및 식료품비,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2.2% 성장에 그쳤고, 중국도 코로나19 이후 약 3년 만에 경제가 재개됐지만 경기 수준은 기대 이하다.
예외적으로 일본이 신속한 경제 확장과 저금리에 힘입어 닛케이 225 지수가 올해 28% 상승, 거의 33년 만에 최고치 수준에 있다. 프랑스도 명품회사 주식의 급등이 블루칩 지수를 끌어올리며 최근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소수의 대형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1~2개의 주요 종목이 이 대열에서 낙오라도 한다면 시장이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존 벨은 이 신문에 유럽 가치주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저평가돼 있고 배당금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성장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미국에서만 더 나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국제 증시에서는 여전히 가치와 수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