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외부 일정 중 뜬금없이 작년 서거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가리키는 듯한 발언을 내뱉어 논란을 불렀다.
AFP 통신과 미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네티컷주 웨스트 하트퍼드에서 열린 총기규제 개혁 관련 행사에 참석, '공격용 무기' 금지를 비롯한 대응책과 관련해 연설했다. 그는 준비된 발언 도중 "나도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지 않는다는걸 안다, 나는 103살 보다는 어리다"라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그러다 행사 말미 이 지역에 폭풍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모든 참석자와 악수할 수는 없겠다고 언급하는 과정에서 영화배우 존 웨인의 대사를 인용하겠다며 "나를 거짓말을 하는, 개의 얼굴을 한 조랑말 병정(a lying dog-faced pony soldier)으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 유세 과정, 2020년 대선 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참패한 직후 등에도 같은 발언을 했다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옛 할리우드 서부 영화 스타인 존 웨인이 출연한 180여편의 영화에 정작 이같은 대사가 없다는 점에서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이봐, 신이 여왕을 보호하길"(God save the Queen, man)이라고 내뱉고는 자리를 떴다.
이를 두고 AFP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어떤 여왕을 지칭한 것인지, 왜 전통적인 영국의 애국적 구호로 들리는 말을 외쳤는지 아무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일정을 종일 동행한 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역할을 맡은 '풀 기자' 댈러스모닝뉴스의 토드 길먼조차 이날 발언을 전하며 "여러분 중 일부는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물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고 첨언했다.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독립해나온 국가에 동일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행사를 마무리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기자회견장 밖에서 이 언급을 놓고 바이든의 인지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고, 정치매체 '데일리시그널'의 칼럼니스트 로만 잰코스키는 트위터에서 "누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승계자를 지명하는 절차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겠냐고 꼬집은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군중 속 누군가에게 답변을 하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AFP는 "코네티컷 여왕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올해 80살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종종 실언으로 구설에 오르며 국정수행 능력은 물론 재선 가능성을 놓고도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매설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