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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계정, 野 반대에 도입 난항…‘제2 레고랜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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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이 야당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당초 정부가 목표로 내건 ‘상반기 도입’은 무산됐고 연내 도입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2금융권 연체율이 급등하고 부동산 PF 부실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서 기자, 금융안정계정이란 개념이 조금 생소하기도 한데요.

정확히 어떤 겁니까.

<기자>

금융안정계정은 일시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기금’이나 ‘펀드’가 아니라 ‘계정’이라는 단어 때문에 조금 생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요.

은행이나 저축은행 예금 가입하신 분들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예금자 보호가 되는 건 대부분 아실 겁니다.

예금보험공사라는 곳에서 금융회사별로 보험료를 받아서 예금보험기금이라는 걸 만들고 그 돈으로 예금자를 보호하는 건데요.

금융안정계정은 예보기금 내 별도의 계정을 만들고, 예보기금의 돈을 차입해 재원을 마련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금융사들이 낸 돈을 바탕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사를 돕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앵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된 금융안정기금이나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가동됐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비슷해 보입니다.

정부가 금융안정계정을 별도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앵커가 말한대로 금융안정계정의 목적이나 기능은 과거 금융안정기금, 채안펀드와 유사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자금지원제도를 상시화한다는 건데요.

금융안정기금과 채안펀드 같은 경우 재원을 조성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금융안정계정은 이미 적립된 기금을 활용하는 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또 금융안정기금 같은 경우 정부와 한국은행이 재정을 부담하는데, 아무래도 정부 돈이 들어가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금융안정계정은 금융회사들이 낸 예금보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이와 관련된 전문가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한재준 /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게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빠른 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서 금융안정계정을 둘 경우 금융당국 판단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지금 같은 시기에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려는 건 아무래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로 봐야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작년부터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특정 금융회사의 위기가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퍼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작년 레고랜드 사태를 떠올리면 금융회사들이 채권 금리를 아무리 높여도 시장에 불신이 가득하다 보니 발행 자체가 안 됐거든요.

채권 발행이 안 되면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고, 심각할 경우 흑자도산에 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안정계정은 채권 발행이 어려운 금융회사에 지급보증을 서는 식으로 운영되는데요.

“금융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채권액을 대신 상환해주겠다”고 보증을 서준다는 건데, 이러면 매수세가 살아나고 채권시장이 안정될 수 있거든요.

정부에서는 지급보증을 통해 12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안정계정 논의가 처음 나온 건 작년이었는데, 반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왜 아직도 도입이 안 된 겁니까.

<기자>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려면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반년 넘게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법안 내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서인데요.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안정계정을 상반기 중으로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요.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부터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입니다.

당장 오는 20일과 27일에 정무위 법안소위가 열리는데, 이달 중 통과가 안 될 경우 사실상 연내 도입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야당 일부 의원이 반대한다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먼저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이라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왜 굳이 별도 기구를 만드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금안계정은 한은의 유동성 지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하는데요.

한은은 위기 상황 때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거나 RP 매입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데요.

한은은 통상 6개월 이내의 단기 유동성 공급만 가능해 중·장기채권 차환이 막힌 경우 대응이 어려운데, 금안계정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보험, 증권 등 대부분 금융업권에 대해 유동성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차이입니다.

또 예보기금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건데 금융회사 유동성 지원에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금융안정계정은 건전성 측면에서는 멀쩡하지만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를 지원하고 부실화를 방지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처럼, 금융회사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예금자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 역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즉,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막는 금융안정계정 역시 예금자보호라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거죠.

<앵커>

당분간 고금리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장 2금융권 연체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PF 위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데, 올 하반기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어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기관장들이 참여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렸는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금융권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PF 부실 우려를 꼬집었습니다.

현재 정부가 인식하는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을 짚어준 건데요.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5%를 넘었는데요. 작년 4분기보다 1.66%포인트나 올랐는데, 저축은행 연체율이 5%를 넘긴 것은 2016년 말 이후 처음입니다.

또 최근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부동산 PF 위기도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작년 레고랜드 사태 같은 자금시장 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저축은행·여전사·증권사 등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정용택 / IBK투자증권 연구원 : PF 대출 리스크가 현실화돼서 사건이 터지면 일차적으로 금리는 올라서 반응하죠. 크레딧 리스크가 높은 채권들은 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면서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앵커>

지금까지 설명만 들었을 땐 금융안정계정 얼른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서 기자가 보기에 현재 제도상 문제는 전혀 없습니까.

<기자>

야당 지적과 별개로 일부 한계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금융안정계정은 은행, 보험, 저축은행, 증권사 등 부보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두고 있는데요.

카드사와 캐피탈사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부보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또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채권 발행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금융안정계정의 주요 기능이 채권 발행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건데, 저축은행의 경우 사실상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가장 크게 위험에 노출되는 게 사실 2금융권, 저축은행과 여전사거든요.

이들 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당국이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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