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수업 결손이 대입을 앞둔 고3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을 직접적으로 늘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교육개발원 금종예 부연구위원과 모영민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고등학생의 사교육 비용 및 시간에 대한 코호트 간 비교 분석 : 코로나19 시기의 학교 폐쇄 효과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학교 폐쇄가 일반계고 3학년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이하 2020년 소비자물가로 조정한 가격 기준)를 약 8만8천원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평균 사교육 시간도 약 2시간 15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2009년 고2, 2010년 고3이었던 3천83명과 2019년 고2, 2020년 고3이었던 4천269명 등 10년의 시차를 둔 두 집단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2009∼2010년 집단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이던 고2 때 47만2천원에서 2010년 고3 때 36만5천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9∼2020년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2 시기이던 2019년 53만8천원에서 고3이 된 2020년 53만4천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10년 고3 사교육비와 견주면 16만9천원을 더 많이 지출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다른 요인이 같다고 가정할 때 2019∼2020년 고교생 집단은 2009∼2010년 집단보다 월평균 사교육비로 5만6천원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 고3과 2020년 고3의 월평균 사교육비 차이(16만9천원)를 고려하면 집단의 차이 외에도 또 다른 변수가 작용했다는 설명이 된다.
여기에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는 요인은 월평균 사교육비를 약 10만원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9∼2020년에는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갈 때 사교육비가 4천원밖에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다른 변수가 사교육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소득별로도 모든 집단에서 코로나19 학교 폐쇄에 따른 수업 결손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고3의 가구 소득을 3분위로 나눠봤을 때, 학교 폐쇄는 저소득 집단에서 월평균 사교육비를 약 8만원, 중간 소득 집단에서 약 8만4천원, 고소득 집단에서 약 10만3천원 각각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규모별로 보면 학교 폐쇄는 특별시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를 약 9만4천원 증가시켰다. 대도시 7만1천원, 중소도시 약 10만1천원, 읍·면·특수지역의 사교육비 증가 효과는 약 8만4천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수업 결손은 사교육 시간을 늘리는 데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일주일 평균 사교육 시간은 2009년 고2 때 약 7시간 12분에서 2010년 고3이 되면 약 5시간 24분으로 줄었다. 2019년 고2의 일주일 평균 사교육 시간은 약 7시간 48분으로 10년 전과 유사했으나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3학년 시기에는 약 8시간 24분으로 10년 전과 달리 오히려 늘었다. 2010년 고3과 비교하면 2020년 고3의 일주일 평균 사교육 시간이 3시간 많아진 셈이다.
모든 소득 집단, 지역에서 코로나19 시기 학교 폐쇄에 따른 수업 결손이 사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특히 사교육 시간 증대 효과는 소득 집단 중에선 저소득 집단(2시간 30분), 지역 규모별로는 읍·면·특수지역(3시간 15분)에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학교 폐쇄로 수업 공백이 나타났을 때 고등학생들은 사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보다 많이 투자함으로써 학업의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업 공백이 발생했을 때 취약계층이 다른 집단과 같이 사교육비와 참여 시간을 늘리는 것은 취약계층의 가계 부담을 심화시킬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교육 여건이 좋지 못한 학생들의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학습 결손을 실질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