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조 바이든(80) 미국 대통령의 노련한 협상 실력이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하는 데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갈고닦은 본능적 감각으로 부채한도 협상을 조정해냈다"고 평가했다.
부채한도 상향 여부를 놓고 반년 넘도록 이어진 지난한 줄다리기 과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특히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협상을 타결시킨 이후에도 며칠간 자신의 성과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왜 투표하기도 얼마나 좋은 거래를 했다고 말하고 다니겠나"라며 "그게 합의안 통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그게 바로 당신들이 흥정을 잘 못하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NYT는 "대통령은 자신이 거래를 잘했다고 자랑할수록 공화당원들을 화나게 하고, 분열된 하원에서 합의를 추진할 기회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합의안을 놓고 재정 보수주의자들의 역사적 승리라고 자평하며 대조를 이뤘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협상이 타결된 후 당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좋은 합의를 이룬 것은 맞지만, 미묘한 균형 상태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이를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는 말아달라'며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결국 31일 합의안은 초당적 지지 속에 하원을 통과했고, 채무불이행 시한을 불과 4일 앞둔 이달 1일 상원 문턱까지 넘어섰다.
NYT는 "이번 협상에 다가가는 방식이나, 특히 이를 뒷마무리하는 과정에는 대통령이 지난 반세기 동안 워싱턴에서 쌓아온 협상 경험이 반영됐다"며 "승리를 자랑하려는 유혹을 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를 확보하는 결정적 수순"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매카시가 이끄는 공화당원들과 충돌이 시작됐을 때부터 바이든은 길고,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통해 개발된 '본능'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3년 델라웨어주 연방상원에 당선, 올해까지 꼭 50년간 워싱턴 정치판에 머물며 숱한 대립과 타협을 지켜봐 온 베테랑 정치인이다. 물밑에서 양보받은 성과를 과시했다가는 자칫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협상의 지혜'가 이 같은 정치 이력을 통해 단련됐다는 것이 NYT의 분석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