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F-16 전투기를 지원할 움직임을 보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 또다시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관영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더 많은 무기가 공급될수록 세계는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 중인 그는 "이런 무기가 더 파괴적일수록 흔히 '핵으로 인한 종말(nuclear apocalypse)'로 불리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달 19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에 대한 F-16 조종 훈련을 동맹국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나왔다.
F-16 전투기 자체를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한다는 확약은 없었지만, F-16 전투기 지원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이전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서방제 전투기를 보내면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돼 러시아와 서방 간의 전면전으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선을 그어왔는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전쟁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그들은 틀렸다. 어느 시점에서 상황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향해 갈 수 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토에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가 침략에 맞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자국과 대리전을 치르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전쟁이 더욱 큰 규모로 확전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에서 22∼23일 친(親)우크라 무장세력과 러시아군 간에 교전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 그리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해외 후원자들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최대규모 공격으로 알려진 이번 교전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으며 러시아 반체제 단체가 자신들이 벌인 작전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